[논란의 ‘프로듀스 101’ ②] 가요계는 왜 Mnet표 징병제(?)에 응했나

입력 2016-02-24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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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프로듀스 101’ ②] 가요계는 왜 Mnet표 징병제(?)에 응했나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 채널 Mnet '프로듀스 101'은 다양한 논란을 겪고 있음에도 단 한가지 논리로 자신들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바로 대형 기획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중소 기획사를 부각시키고 재능있는 연습생들에게 데뷔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그러나 이미 여러 회차를 통해 이미 이름이 알려진 기획사의 연습생들을 부각시키는 편집과 투표 공정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프로듀스 101'의 선의(?)는 산산히 부서진지 오래다.

그렇다면 가요계와 방송가는 '프로듀스 101'의 선의를 진심으로 믿었던 것일까. 이들은 이런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프로듀스 101'을 순수한 기회의 땅으로 알았던 걸까.

이에 대해 한 가요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왜 각 기획사들이 '프로듀스 101'에 응할 수 없었는지는 '어째서 아이돌들은 명절 때마다 아육대에 나갈 수 밖에 없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혹시 모를 불이익을 생각해서라도 응하는 것이 좋다는 마음으로 내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는 "현재 '프로듀스 101'에 연습생을 내보낸 기획사들은 이 프로그램이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 자체는 인정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우승만은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아무리 연습생들이라고 해도 중소 기획사에서는 그 친구 하나에 사활을 건 경우가 많다. 소위 3대 기획사로 불리는 회사들처럼 인력이 많지 않다"며 "만약 이런 연습생이 '프로듀스 101' 최종 멤버가 되면 그 회사는 10개월의 인큐베이팅 과정과 걸그룹 활동까지 포함해 약 1년여 동안 손가락만 빠는 상황이 온다"고 푸념했다.

방송가 역시 '프로듀스 101'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육대'에 이어 '프로듀스 101'로 이어지는 각 채널의 아이돌 활용이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요 기획사들도 불편한 일이 생길거라는 걸 충분히 알면서도 독주(毒酒)를 들이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후 "명절 때마다 부상을 감수하고 뛰어야 하는 '아육대', 뜻하지 않은 무한 경쟁 상태에 놓인 '프로듀스 101', 걸그룹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본분 올림픽'은 다 달라보이지만 방송국이 아이돌 기획사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 관계자는 "문제는 '프로듀스 101'이 논란 여부를 떠나 수치면이나 화제성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때문에 CJ E&M이 시즌 2를 제작할 수도 있고 다른 방송사에서 유사한 포맷으로 연습생 차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제작진의 진의가 무엇이든, 기획사의 사정이 얼마나 눈물겹든 분명 '프로듀스 101'은 방송가와 가요계, 시청자가 만든 기형적인 콘텐츠다. 갑에 지레 겁 먹고 울며 겨자를 먹은 을과 이 구조를 알고도 '프로듀스 101'에 동조한 시청자들 모두 이들이 배틀로얄을 일으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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