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정미조(사진)가 3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1972년 데뷔한 뒤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개여울’ 등을 부르며 톱가수의 위상을 과시했던 그는 1979년 갑작스런 은퇴 선언을 하고 가요계를 떠났다. 이후 화가로서 또 다른 예술의 길을 걸었던 정미조는 최근 복귀 앨범을 내고 팬들을 만나고 있다.
정미조는 가수로서 은퇴한 뒤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그리고 파리의 밤풍경 속에 지독한 고독과 싸운 끝에 정미조는 프랑스 국립장식미술학교를 거쳐 파리7대학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2년 돌아왔다.
1993년 오늘 그가 대학 강단에 섰다. 수원대 미술대 서양화과 전임강사로 발령 받았다. 이후 지난해 정년퇴임할 때까지 정미조는 화가이자 대학교수로서 미술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왔다. 그런 그가 37년 만에 복귀한다는 소식은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을 반갑게 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 정미조는 고교 시절 외삼촌이 운영하던 미술학원을 찾아간 뒤 미대 진학을 꿈꿨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펼쳐진 장기자랑 코너는 그가 노래로써 세상에 자신을 알린 첫 무대였다. 이후 이대생 20명으로 구성된 파월장병 위문 공연단의 일원이 되어 베트남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그림과 노래 사이에서 여전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그에게 힘을 북돋워준 사람은 그의 지도교수였던 이준. 그의 조언에 정미조는 졸업과 동시에 가수로 데뷔했다. 그리고 그해 각 방송사의 신인가수상을 휩쓸며 ‘가요계 신데렐라’로 불렸고, 이후에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1979년 갑작스럽게 은퇴 선언을 하지 팬들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정미조는 그림과 미술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했다. 인기곡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이 퇴폐적이란 이유로 금지곡이 되어 버린 상황도 그를 파리로 내몰았다.
서른살의 나이에 미술 유학을 떠난 그는 파리7대학에서 무려 576쪽 분량의 한국의 무신도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와 자신의 작품 활동과 함께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