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PD 인터뷰 ①] “외모 메리트 없는 순수 경쟁 원했다”

입력 2016-03-04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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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은 계속된 변주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진화한다. MBC '일밤-복면가왕'도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히든싱어' 등과 더불어 음악 예능이라는 큰 틀 안에 속하지만 복면과 코미디를 버무려 기존에 없던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음악에 추리까지 곁들여 모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녹였고 귀여운 아이들이 가득한 KBS2 '해피 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맞섰다. "가수들이 정체를 숨기고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방송 1년 만에 일요 예능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처음에는 이정도까지 반응을 보여주실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죠다. 다만 시청자들을 우리 채널에 붙잡아 두는 역할 정도는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연예인들이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궁금해서라고 우리 프로그램을 봐줄 것 같았죠."


'복면가왕'의 연출을 맡고 있는 민철기 PD는 시청자들이 보여주는 지금의 반응을 "상상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대로 '복면가왕'은 본 방송 때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 쪽에서 화제를 불러모으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우리 프로그램은 우선 가면이라는 장치가 주는 익살스러움과 신비함이 있어요. 여기에 가면을 벗었을 때 가수가 느끼는 쾌감도 있고 정체를 알았을 때 관객들과 시청자가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있죠. 그래서 요즘은 이런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섭외에 더 공을 들입니다."

그는 '복면가왕'의 인기 요인을 묻자 조심스럽게 두가지 요소를 꼽았다. 첫번째 요인으로는 당연히 '가면'을 꼽았고, 두번째 요인으로는 '연승제'를 언급했다.

"우선 출연자들이 가면을 쓰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해요. 아무래도 얼굴리 팔리지 않으니까 좀 더 자유로워지고 말도 잘하는 경향이 있어요.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느 프로그램에서 신효범 씨가 비욘세 춤을 추고 장기호 교수가 원숭이 춤을 추겠어요."

이어 민 PD는 연승제를 언급하며 "이것은 '복면가왕'이 앞으로 끝까지 가져갈 원칙"이라고 못을 박았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가 연승을 달리고 있을 때 '명예 졸업제' 이야기도 나왔었죠. 이미 정체를 아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논리였죠.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연승제를 가지고 간다는 원칙이 있었어요. 김연우 씨의 장기집권 때 느낀건 시청자들이 가왕의 정체보다는 무대를 더 즐긴다는 거였어요. 그 때 연승제 원칙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죠."

이런 여러 장치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복면가왕'에 가장 매력을 느끼는 것은 역시 무대에 선 가수가 정체를 감춘다는 요소다. '복면가왕'은 왜 인지도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가면을 씌운 것일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지원자가 있는데 이 친구보다 노래는 좀 못하더라도 외모가 괜찮은 지원자가 있으면 그 사람을 뽑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다른 요소 없이 오로지 목소리로만 대결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초반에 임상실험을 많이 했어요. 가면도 직접 만들어 보고 어느 아이돌 가수에게 가면을 쓰고 녹음 좀 해보라고 부탁한 뒤에 피드백을 받기도 했죠. 그렇게 '복면가왕'이 탄생했죠."

민철기 PD는 '복면가왕' 기획 당시를 생각하며 "그 때는 주위에서 '가수들이 가면 쓰고 노래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했었다"고 말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 탄생한 '복면가왕'은 이제 실력파 아이돌을 알려주고 잠시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가수들이 재기를 위해 반드시 출연해야 할 무대가 됐다.

"'복면가왕'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부담없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일요일 저녁 시간에 좋은 음악도 듣고 가족끼리 가수의 정체가 누구인지 추리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랄 뿐 입니다. 우리 프로그램이 대화가 적은 요즘 가족들끼리 추억을 공유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진│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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