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박철우 타격코치(왼쪽)와 아들 박세혁은 지도자와 선수로서 한 팀에서 뛰고 있다. 이제 1군 개막전을 함께하는 것이 부자의 바람이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아버지 박철우 코치도 ‘흐뭇’
두산 김태형 감독은 6일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는 포수 박세혁(26)을 잠깐 불렀다. “고마운데 팬티 2장은 좀 그렇지 않니?”라며 김 감독은 웃었다. 박세혁도 멋쩍게 웃더니 “제일 비싼 것으로 드린 겁니다”라고 답했다. 박세혁의 능청스러운 반응에 김 감독은 물론 바로 곁에 있던 박철우 타격코치까지 씩 웃었다. 박 코치는 “나한테는 아예 입을 씻었다”고 고발(?)했다.
김 감독이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돋보인 유망주에게 주는 ‘미스터 미야자키’로 박세혁을 뽑으면서 ‘사연’이 시작됐다. 김 감독은 상금으로 10만엔(약 110만원)을 줬다. 박세혁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상금의 일부를 털어 선물을 사기로 마음먹었는데, 누구의 충고를 들었는지 품목이 팬티였다. 자기 딴에는 김 감독을 위해 가장 기능이 좋은 팬티로, 그것도 2장을 선물해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 선물에 김 감독은 웃으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일부러 박세혁의 아버지인 박 코치 앞에서 짓궂게 놀려 반응을 떠봤는데, 역시나 주눅 들지 않은 것이다. 일단 성격만큼은 김 감독의 마음에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들에게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지만, 박 코치도 흐뭇한 눈치였다. “아들이라 오히려 더 무심하게 대하려 한다”며 애틋한 정을 내비쳤다. 박세혁이 상무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덕에 부자(父子)가 한 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뛰게 됐다. 박 코치는 “상무에서 퓨처스리그 100경기를 전부 뛰었다고 하더라. 그런 경험을 통해 야구가 많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이 아닌 선수 박세혁에 대해 박 코치는 “타격 소질은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흔히 아버지만한 아들이 없다고 하는데, 박세혁은 박 코치의 타격감을 물려받은 모양이다. 박세혁은 포수라는 희소성에다 왼손 대타요원으로서 기능성을 겸비해 1군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꽤 있다.
박 코치는 아들이라 오히려 냉정하게 대하려 하는데, 막히는 것이 있으면 박세혁이 먼저 다가온다. 박 코치는 “(박)세혁이가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라 부를 때, 내가 더 깜짝 놀란다”며 웃었다. 아버지를 선생님으로 둔 학생이 지닐 법한 부담감을 박세혁은 잘 이겨내고 있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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