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범이 차별화 된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범은 SBS 주말드라마 ‘미세스캅2’(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에서 무법의 천재 이로준 역을 맡았다. 이로준은 비상한 두뇌와 수려한 말발로 상대의 정보를 손쉽게 얻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이용해 상대를 잔인하리만치 뒤흔드는 지상 최고의 냉혈한 인물.
이 가운데 김범이 최근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던 악역들과는 차별화 된 악역 이로준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최근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던 악역들은 젠틀함, 친절함과는 무관한 캐릭터들이 주를 이뤘다.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도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으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안하무인 재벌 2세였다. 그러나 김범이 연기하는 이로준은 다정하고 젠틀한 말투에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해사한 미소로 차갑고 살벌한 대사를 읊어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로준은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엄마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내 말 들어야 해요. 절대 그 누구와도 결혼은 안 된다는 말입니다. 아셨어요?”라며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내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또 이전의 악역들이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해 우발적인 악행들을 저질러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면, 이로준은 치밀하게 계산된 악행들로 안방극장을 긴장케 했다. 정미령 살인 사건과 관련되어 있던 이로준은 사건 담당 형사를 집무실로 불러들인 후 “따님 사립유치원 보내시더라구요? 다음 달엔 장모님 칠순 잔치도 하셔야 돼고. 비용이 꽤 들죠?”라며 형사의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흔들었다. 상대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이로준의 악행 방법이다.
김범은 때로는 봄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때로는 겨울처럼 차갑고 살벌한 모습으로 야누스적인 면모를 뚜렷하게 표현해내며, ‘고품격 악역’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김범이 앞으로 또 어떤 강렬한 아우라를 뽐내며 ‘김범표 악역’을 완성시켜 나갈 지 기대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