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현대
수원·울산·포항 등 적극적 투자 필요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이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지난해 클래식 우승팀 전북현대와 FA컵 우승팀 FC서울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2개 팀이 팀당 38경기씩 총 228경기를 치르는 클래식은 3라운드로 정규 라운드를 치른 뒤 1∼6위, 7∼12위로 A·B그룹을 나눠 스플릿 라운드(팀당 5경기씩)를 추가 진행해 우승팀을 가린다. 올해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전북의 수성 여부다.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클래식 패권을 차지했던 전북은 올해도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을까.
● ‘압도적 1강’ 전북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클래식 각 팀 감독과 주장을 대상으로 올해 우승팀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1순위 2점, 2순위 1점을 부과해 집계한 우승 예상팀 설문에서 전북은 1순위 18표(36점), 2순위 1표(1점) 등 총 37점을 획득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절대다수가 전북을 지목했다. 전북은 그만큼 전력이 월등하다. 최근 2년간 클래식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던 전북은 지난 오프시즌에도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빼어난 성과를 거뒀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이종호를 데려왔고, 포항 스틸러스에서 고무열을 영입했다. 일본에서 뛰던 국가대표 출신 김보경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특급 용병 로페즈도 품에 안았다. 지난해 클래식 득점왕을 차지했던 장신 골잡이 김신욱의 영입은 화룡점정이었다. 이동국, 이재성 등 기존 우승 멤버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감히 다른 팀들이 넘볼 수 없는 호화진용을 갖췄다.
● 대항마는 서울? 수원? 울산? 포항? 성남?
7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 전북의 대항마로 꼽힌 팀은 단연 서울이었다. 서울은 전북 못지않게 알토란같은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특급 용병’ 데얀이 복귀해 기존의 아드리아노와 함께 강력한 투톱을 구축했고, 주세종, 신진호, 조찬호 등을 영입해 팀의 약점을 보완했다. 무엇보다 최근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려 10골을 터트리며 손쉽게 2연승을 챙겼다. 서울이 수년간 ‘슬로스타터’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얻으며 시즌 초반 유독 고전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전북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 서울은 상대적으로 클래식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더 강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전북과 함께 서울이 ‘2강 후보’로 꼽히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투자 위축 속에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했던 수원삼성도, 김신욱 대신 이정협이 가세한 울산현대도, 최진철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포항 스틸러스도 지켜봐야 한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의 지도를 받는 성남FC도 영건 황의조를 앞세워 무시 못할 전력을 갖췄다.
● 전북의 공격적 투자, 다른 구단에 긍정적 영향 줄까?
성적, 투자, 선수단 전력 구성, 마케팅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전북이 최근 수년간 클래식을 대표하는 ‘리딩 클럽’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도민구단은 물론이고 기업구단 대부분도 모기업이 투자를 줄이는 현실에서 유독 더 돋보인다. 그러나 투자도, 성적도 한 팀이 독주하는 것은 K리그 전체를 봤을 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북을 넘어서는, 또는 비슷한 수준의 여러 팀이 등장해야 장기적으로 K리그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각 구단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팬들을 그라운드로 불러들이고, 유스시스템 정착 등으로 미래자원을 직접 발굴·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투자와 성적,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갖춘 구단들이 늘어나야 K리그가 산다. 올해는 그동안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K리그가 위로 방향을 틀 수 있는 한 해가 될지 주목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