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형진과 사람 그리고 사는 이야기

입력 2016-03-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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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공형진은 수십명이 되는 스태프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 한창 잘 나가는 시절 “‘배우질’하며 ‘꼴값’”을 떨었지만, 어느 순간 “현장이 즐거워야한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그 누구보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있다. 사진제공|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 소통하는 남자 공형진


이름 부르면서 무언가를 하면 식구 같아
나도 한땐 ‘배우질’만 하면 된다고 생각
‘애인있어요’ 통해 김현주 알게 돼 기뻐


공형진(47)은 말이 참 많다. 하나를 물어보면 그 이상을 대답한다. 출연작 이야기부터 시작해 세상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수다에 가까운 인터뷰는 그렇게 2시간 동안 계속됐다.

말이 많다는 건 사람과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이고, 또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말이 많다는 건 자기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의 곁에는 사람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 앞에서 뭘 하는 걸 좋아했다. 내가 일을 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다. ‘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다 퍼주는 스타일이다. 상대가 내게 어떤 해코지를 한다 해도 이해하고 넘어간다.”

공형진은 드라마 스태프에게는 ‘하겐다즈’(아이스크림)라 불린다. 역시 사람을 좋아해서 얻은 애칭이다. 2010년 드라마 ‘추노’에 출연할 당시 ‘NG를 내면 아이스크림을 쏘겠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현장에서 쉽사리 NG를 내지 않지만, 고된 일정에 지친 스태프에게 작은 웃음과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서였다.

“다 같이 웃고 즐기면 좋지 않나. 막내 스태프까지 이름을 외우는 편이다. 이름을 부르면서 무언가를 함께 하면 한 식구라는 생각이 든다. 뭘 모를 때 그야말로 ‘배우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현장이 즐거워야 한다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아이스크림 값만 200만원씩 쓰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촬영현장에 1시간 일찍 도착하는 것도 어느새 일상이 됐다.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을 얻었다. 김현주와 백지원이다.

“김현주는 정말 뛰어난 ‘여우’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친구다. 1인2역이 정말 힘든 줄 잘 아는데 그걸 거뜬히 해냈다. 아내 역을 맡은 백지원도 마찬가지다. 연극무대에서 20년 넘게 했던 친구라 내공이 남다르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했다는 게 행복했다. 그게 연기하는 매력인 것 같다.”

연기자 공형진. 사진제공|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데뷔 이후 악역을 처음 맡았다는 것도 그에게는 남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인터넷 검색 창에 공형진과 함께 검색되는 단어는 코미디지만, 그는 “대놓고 나쁜 놈”을 자처했다.

“사람을 웃겨야 하는 게 본능인 것 같다. 웃기고 싶었던 적이 많았지만, 애드리브를 최대한 자제했다. 그동안 이미지가 좋아서인지 드라마에서 그렇게 못된 짓을 해도 동네 이웃 주민들이 ‘경찰에 잡히지 말라’ ‘기운 내라’며 응원해줬다. 하하!”

하지만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스크린에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때가 올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03년 4월, 한 영화전문지가 한국영화는 ‘공형진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고 했다. 그 후로 많이 나태해졌다. 돌이켜보니 그럴 ‘깜냥’도 되지 않았는데, 속된 말로 ‘꼴값’을 떨었다. 반성도 많이 하고 교훈도 얻었다.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기억되면 언젠가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거라 믿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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