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태양의 후예’-tvN 드라마 ‘시그널’(아래). 사진제공|태양의후예문화산업전문회사·NEW·tvN
장르드라마 시청률·광고수익 저조 우려
‘돈’ 쫓다 지붕 쳐다본 꼴이 됐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시그널’과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고공행진을 펼칠수록 SBS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드라마가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채널을 대표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SBS와 편성을 논의하다 방송일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아예 없던 일”이 됐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편의 ‘대박’을 눈앞에서 놓친 SBS의 ‘안타까운’ 사정은 무엇일까.
● “PPL 등 제작지원 어려워 NO!”
사실 ‘태양의 후예’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4년 SBS는 ‘상속자들’의 성공 이후 김은숙 작가의 신작 ‘태양의 후예’를 2015년 6월 방송을 목표로 준비했다. 하지만 제작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편성은 불발되고 말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SBS는 ‘스타작가’로 꼽히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 해도, 재난과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은 드라마라는 점에서 반신반의했다.
현재 송중기가 연기하고 있는 남자주인공이 군인 역할이라는 점도 SBS의 결단을 막았다. 상당수 장면에서 군복을 입고 등장해야 한다는 점은 다양한 의상을 협찬 받을 수 있는 ‘장점’을 반감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군인과 의사 등 극중 인물들이 해외에 파병되거나 파견되는 설정상 공간적 배경 역시 한정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자동차 등 PPL(간접광고)을 비롯한 기업의 제작지원을 원활하게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 같은 설정과 배경에 따라 해외 로케가 전체 분량의 70% 이상을 차지해 제작비가 막대하게 투입된다는 점도 SBS가 그 행보를 주저하게 한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 ‘돈이 전부가 아니다’
‘시그널’도 같은 이유였다. 장르드라마가 화제성은 높지만 그에 비해 시청률이 낮은 이전의 사례들을 참조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이 광고 판매로까지 연결되는 상황에 저조한 시청률은 방송사에 큰 수익을 안겨 주기에는 그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또 1980년대와 현재 시점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설정상 PPL이나 제작지원 역시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그동안 김은숙 작가와 ‘시그널’의 대본을 집필 중인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를 각각 9편, 3편을 방송하며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이번 신작에 대해서는 결국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편성 무산’은 방송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수익을 따지지 않은 채 무조건 편성을 내줄 수만도 없다. 흥행이 되면 광고 수익은 물론 거기서 파생되는 부가수익까지 고려해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로지 상업성만 좇다보면 ‘막장’으로 불리는 질 낮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위험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방송가 관계자들은 말한다. 상업적으로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더욱이 중국 등 해외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다양성은 필수요인이 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