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승점…수원FC, 클래식다웠다

입력 2016-03-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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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비겼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수원FC 이재안(오른쪽)이 13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개막전 도중 전남 이지남의 강한 밀착마크를 피해 볼을 트래핑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 클래식 전남 상대 0-0

아마추어로 시작한 팀의 1부리그 첫 경기
전반전 열세…후반엔 오히려 상대 압도
조덕제 감독 “우리팀 간절함이 더 컸다”


“나만 챌린지(2부리그) 출신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 클래식(1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

수원FC가 13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전남 드래곤즈전을 통해 감격적인 클래식 데뷔전을 치렀다. 팀과 조덕제(51) 감독 모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경기 전 조 감독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우리 팀이 처음 클래식 무대를 밟지만, 평소처럼 선수들이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나와 (선발 11명 중 골키퍼) 박형순을 빼곤 임대든 뭐든 그래도 다들 1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수원FC의 데뷔전을 맞아 연고지역인 수원에선 버스 28대가 동원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수원시내 4개 구청장이 총출동하면서 1000여명의 수원FC팬들이 광양전용구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수원FC의 모태는 2003년 창단된 수원시청 축구단이다. 창단 이후 곧바로 경기도지역 아마추어축구를 평정한 수원시청은 2005년 K2(현 내셔널리그) 전기리그 우승,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자로 떠올랐다. 2007년부터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프전 준우승을 달성한 뒤 2009∼2010년에는 통합우승 2연패를 달성하며 내셔널리그에선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2012년 내셔널축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새로 출범한 K리그 챌린지에 참가했다.

그러나 챌린지는 만만하지 않았다. 2015년 정규리그 성적은 4위.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기적 같은 승리행진을 펼치며 결국 챌린지 생활 3년 만에 클래식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수원FC의 클래식 데뷔전은 아마추어로 출발한 팀이 K리그 최상위 무대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이날 전남과의 데뷔전은 0-0 무승부로 끝났지만, 열세를 보였던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오히려 상대를 압도했다. 형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동생의 힘을 과시했다. 전남 노상래(46) 감독도 “클래식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절친한 선배인 조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했다.

조 감독은 “클래식 첫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안겨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전남 선수들보다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간절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수원FC 선수들은 경기 후 라커룸으로 향하며 짙은 아쉬움의 탄성을 토해내는 등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간절함’으로 뭉친 수원FC 선수단은 전남전에서 당당히 클래식 무대를 함께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했다.

광양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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