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거야’ 방임 vs 간섭… 극과극 자녀교육법

입력 2016-03-22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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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거야’ 방임 vs 간섭… 극과극 자녀교육법

강부자·김해숙, 임예진·원종례가 상반된 ‘자녀교육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는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섬세한 감성과 촌철살인 대사, 손정현 PD의 탄탄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극중 김숙자(강부자), 한혜경(김해숙), 이태희(임예진), 유리엄마(원종례)는 훌쩍 커버린 자식들을 대하는 각기 다른 방법의 자녀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터. 말 많고 탈 많은 대가족 사이에서 제 각각의 삶을 살아내며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는 젊은이들과 그들을 키워낸 엄마들의 ‘달라도 너무 다른 자녀교육법’을 살펴봤다.


● 강부자-김해숙: 대대로 전해오는 속 썩이는 자식 ‘먼 친척 강등론’

한혜경(김해숙)은 막내아들 유세준(정해인)이 여행가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충격으로 다락방 사다리에서 떨어져 꼬리뼈를 다쳤다. 불편한 몸보다 더 아픈 마음을 드러내는 혜경에게 시어머니 김숙자(강부)는 다 큰 자식을 손 안에 넣으려 하지 말라며 “새끼를 놔버리라니께. 움켜 쥐구 있지 말구 놔. 새끼루 생각하지 말구 친척이라구 생각햐. 친척두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 육촌 팔촌”이라고 충고했다. 이어 숙자는 “마음에 안 드는 게 심하면 육촌이 팔촌두 됐다 십이촌두 됐다가... 그러구 살다 내 나이되면... 그냥 그럭저럭 잘 살었다 괜찮었다 그렇게 돼야”라고 인생의 성찰이 담긴 조언을 전했다. 혜경은 그때부터 세준을 ‘먼 친척 조카’로 대하며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를 향해 “역시 지혜의 여신”이라 칭했던 혜경은 믿었던 큰 아들 세현(조한선)마저 철부지 유리(왕지혜)와 결혼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자 “너두 친척조카로 돌리는 수밖엔 없다”고 통고했다. 그리고는 “결국은 지 복대로 사는 거 할 테면 하라지”라며 “새끼 세 마리 중에... 두 마리가 친척이다”라는 독백으로 서글프지만 자식의 뜻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처지를 담아냈다. 숙자에서 혜경으로 대를 이은, 속 썩이는 자식을 향한 ‘먼 친척 강등론’은 다 커버린 자식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도록 그저 뒤에서 믿고 지지해주는 부모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 임예진-원종례: 자식사랑도 엄마 마음대로 ‘쥐락펴락’

극중 이태희(임예진)는 자녀들의 앞길이 막히면 엄마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딸 이지선(서지혜)과 이나영(남규리)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지만, 자녀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딸들의 앞길을 이끌려는 탓에 딸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태희는 지선의 삶을 이해하는 대신 시이모할머니 김숙경(양희경)을 붙들고 ‘홀시아버지와 과부 며느리가 정분난 것 아니냐’는 헛소문을 흘려 ‘그래, 대가족’을 발칵 뒤집었다. 또 나영이 스타 작가의 드라마 캐스팅을 고사했다고 하자, 당장 감독을 찾아가 “제가 이렇게 대신 사과드릴게요. 어떻게 안 될까요?”라고 나섰다. 심지어 태희는 자신의 행동에 분노를 터트리는 나영에게 “내가 니 매니저잖아. 인생매니저. 평생매니저!!”라며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의 매니저를 자처,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유세현(조한선)과 결혼을 결심한 유리(왕지혜)의 유리엄마(원종례)도 자식을 쥐락펴락하려는 욕구가 강한 스타일의 엄마다. 유리는 그런 엄마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 나 데리구 인형놀이 했어. 내 맘대로 한 거 아무 것도 없어. 먹는 것두 엄마가, 옷두 엄마가, 학교도 엄마가 전부 다”라고 말하며 “이제부터는 엄마 말 절대 안들을 거야. 엄마 식민지 안해”라고 독립을 선언했다. 오매불망 인형처럼 키워 놓은 딸이 엄마를 등지겠다고 선언하자, 유리엄마는 결혼 후 경제적 지원을 끊는 방법으로 응징하겠다고 예고한 상황. 곱게만 커온 유리가 엄마의 그늘을 떠나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의 맏며느리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제작진은 “자녀문제는 가족 이야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인 만큼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다양한 방식의 부모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 부모와 자녀가 왜 이런 가치관을 가지게 됐는지 알아가면서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 드라마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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