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YG, 인디 생태계 교란자인가 수호자인가

입력 2016-03-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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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가 인디음악계까지 손을 뻗고 있다. 혁오, 자이언티, 검정치마, 인크레더블(왼쪽상단 부터 시계방향으로) 등 개성 강한 음악을 보여준 이들이 YG 지붕 아래서 새 활동을 벌인다. 이들의 음악인생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제공|두루두루amc·아메바컬쳐·소니뮤직·하이그라운드

인디 뮤지션 공격적 영입 ‘흡수’
음악계 다양성 훼손 우려 불구
좋은 환경 제공 우호적 시선도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인디음악계에서 주로 활약하는 아티스트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YG는 작년 3월 하이그라운드 레이블을 설립한 후 최근까지 혁오, 코드 쿤스트, 검정치마, 인크레더블, 밀릭, 오프온오프, 펀치넬로 등 밴드와 래퍼, DJ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차례로 들였다. 앞서 작년 가을에도 YG는 ‘쇼미더머니4’에 출연했던 래퍼 원을 데려갔고, ‘양화대교’로 많은 팬을 가진 자이언티는 현 소속사 아메바컬쳐와 계약이 끝나는 대로 YG가 설립을 준비 중인 또 다른 레이블로 옮겨간다.

시가 총액이 5840억원에 이르는 대형 기획사의 이 같은 인디 뮤지션 ‘흡수’를 두고 가요계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이 YG의 우수한 제작·마케팅 시스템을 통해 더 넓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날개를 달게 됐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인디 뮤지션의 음악적 진정성이 퇴색되고, 강한 개성의 포인트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디 생태계가 대자본에 의해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여겨 볼 점은 SM·JYP·FNC엔터테인먼트 등 대부분의 대형 기획사들이 자체적으로 신인을 발굴·육성하는 것과 달리 YG는 이미 가요계에서 자리를 잡은 아티스트들을 계속 영입하고 있어 ‘낯선 행보’로 여겨진다. 더욱이 혁오와 자이언티, 원은 다른 기획사 소속이었거나 매니지먼트 지원 속에서 활동하다 갑작스럽게 영입 소식이 전해진 까닭에 ‘상도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디-비즈니스 소속이었던 원은 작년 여름 ‘쇼미더머니4’ 출연 이후 YG와 전속계약을 맺었고, 혁오도 장기하 소속사 두루두루AMC의 매니지먼트 속에 활동하다 MBC ‘무한도전’ 출연 이후 YG로 영입됐다. 자이언티는 현 소속사와 4월9일 전속계약이 만료되지만 3월17일 ‘YG 이적’ 보도가 나왔다.

이처럼 인디음악계에 손을 뻗치는 YG가 인디 생태계의 ‘교란자’일지, 인디의 ‘엔젤’일지에 대한 평가는 YG에서 새 출발하는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신선한 콘텐츠를 생산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음악적 야생성을 잃어버리거나 음악적 확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YG의 행보는 ‘상장사의 몸집 불리기’로 밖에 비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인디음악계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논란에까지 휘말릴 수도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인디 뮤지션들이 대형 기획사가 제공하는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색깔을 잘 유지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음악을 해왔던 인디 뮤지션이 시스템에 안주하게 되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획사의 획일화에 스며들 개연성도 없지 않아 결국 팬덤마저 와해될 수 있다”고 조심스런 지적을 내놨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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