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헥터 고메즈. 스포츠동아DB
초구부터 방망이는 과감하게 돌아간다. 또 언제나 극단적인 풀스윙으로 잡아당긴다. SK 새 외국인타자 헥터 고메즈(28)의 ‘공격적인’ 타격에 문제는 없을까.
고메즈는 kt와의 개막 3연전부터 확실한 ‘자기 스타일’을 보여줬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부터 드러났던 지나치게 공격적인 특성이 첫 번째다. 고메즈는 3연전 내내 볼넷을 얻지 못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가는 등 다소 참을성이 부족하다.
두 번째는 우타자 고메즈의 잡아당기는 타격이다. 극단적인 풀스윙으로 대부분의 타구를 좌측으로 보내고 있다. 상대팀이 약점을 집어내기 시작하면, 쉽게 공략당할 수 있는 약점이 있다.
SK 정경배 타격코치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좋아질 것이다”며 웃었다. 캠프 때부터 정 코치는 고메즈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실 얘기를 많이 한다. 용병들이 워낙 공격적이지만, 투수들도 한국에 오면 패턴이 조금 바뀌지 않나. 또 나바로나 테임즈처럼 한국에 온 뒤로는 기다릴 줄 아는 선수가 성공하지 않느냐고 고메즈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타석에서 인내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한편, 타구 방향도 수정 중이다. 훈련 때 의식적으로 밀어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아직 실전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선수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고메즈는 “한국투수들이 몸쪽 승부가 많다. 거기에 대처해 우측으로 밀어치려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아직 초반이라 준비를 많이 하고 있고, 빨리 적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신의 성향을 바꿀 순 없었다. 그는 “지금 내 스타일 자체를 바꿀 순 없다.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려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이면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을 조금은 보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1일 개막전 2번째 타석에서 초구를 때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호쾌한 3점홈런으로 마수걸이포를 터트렸던 고메즈는 2일 경기에선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초구부터 풀스윙해 좌측 파울폴을 살짝 비켜가는 ‘파울 홈런’을 날렸다. 끝내기 홈런이 될 뻔한 타구였다. 3일 경기에서도 3회 2번째 타석에서 2구째에 좌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선취점의 다리를 놓았다. 물론 9회 마지막 타석에선 초구 헛스윙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기기도 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메즈는 자신의 장점만큼은 뽐내고 있다. 공격적인 성향에 배팅장갑 없이 맨손 타격을 하는 그에게 은퇴한 블라디미르 게레로(41)가 연상된다는 말을 하자 “명예의 전당에 갈 만한 훌륭한 선수인데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도 ‘자신의 야구’를 놓지 않고 즐겁게 뛰고 있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