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했다. 장근석과 여진구, 임지연의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4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 3회에서는 장근석, 여진구, 임지연의 본격적인 등장이 그려졌다.
개똥(장근석·대길)은 등장부터 특별했다. 장터 이곳 저곳을 휘저으며 나타난 개똥의 모습은 장근석이 기존에 보여줬던 꽃미남 이미지를 180도 반전시키는 것. 굵직한 목소리, 맛깔스러운 사투리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시종일관 능청스러움을 탑재한 장근석의 모습은 노름꾼 아버지와 함께 내기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개똥’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냈다.
야생의 날것처럼 살아온 개똥. 그에게 한양에서 큰 투전판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똥은 특유의 능청으로 산적들의 쌈짓돈 100냥을 훔쳐내 한양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개똥은 다리가 아프다 엄살 부려 말을 빌리고, 배 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뱃사공을 물에 빠뜨려 돈은 물어줬다. 바닥을 구르고 뛰어다닌 장근석의 열연은 사고뭉치여도 밉지 않은 개똥이 그 자체였다.
장근석이 능청이었다면 여진구는 차가운 미소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진구가 연기하는 연잉군은 복순이 개똥을 떠나 보낸 뒤 낳은 아들. 왕자의 신분인 연잉군의 등장은 궁이 아닌 투전방이었다. 연잉군은 투전방에서 큰 돈을 딴 뒤 기뻐했다.
‘대박’은 올해로 스무살이 된 여진구의 첫 번째 작품이다. ‘대박’으로 여진구의 본격적인 성인 연기가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여진구는 ‘대박’의 본격 등장 첫 장면부터 투전방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기생들이 앉아 있었으며, 기생들과의 입맞춤에도 거침이 없었다.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살짝 보여준 살인미소는 여진구의 색다른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왕의 두 아들, 그 사이에 서게 되는 여인 담서도 등장했다. 담서 역의 임지연은 첫 등장부터 무명(지일주)과 검을 겨뤘다. 임지연은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얼굴, 날렵한 움직임 등으로 담서 캐릭터를 표현했다.
앞서 숙종의 최민수, 이인좌의 전광렬, 복순(훗날 숙빈 최씨) 역의 윤진서, 백만금을 연기한 이문식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호연이 극적 재미를 선사한 가운데 이날 장근석과 여진구, 임지연의 등장은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