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혜교가 말하는 ‘그런 여자’ 송혜교

입력 2016-04-26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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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혜교 / 사진제공=UAA

‘남자가 인정한 남자가 진국이야’라고 남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여자들도 말한다. 여자가 반한 여자가 정말 매력적인 거라고…. 여자들이 말하는 ‘그런 여자’ 송혜교(34)는 최근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한류를 이끈 대표 스타임을 새삼 증명해냈고, 그가 연기한 강모연을 통해선 코미디,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도 인정받았다.

송혜교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화려한 스타 생활에 도취해 자아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데뷔 20년 차 송혜교는 오히려 대중이 바라보는 그녀 스스로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친구가 많았는데 나이 들수록 인간 관계가 좁아지더라.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만 만난다. 모든 걸 조심하다보니 그렇게 변했다”며 “스트레스가 쌓이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간다. 연예인이고 배우이기 때문에 많이 달라 보일 뿐 나는 평범한 30대 여자”라고 말했다.

“새침데기, 내숭 떠는 여배우로 저를 많이 봐주시죠. 하지만 실제 성격은 오히려 남성적이에요. 그래서 여성 팬들이 더 많은가봐요. 털털하고 말도 머슴처럼 하죠. 주변에서 예쁘게 말하라고 할 정도에요. 공식석상에서는 저도 연예인이니까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해서 성격대로 못 할 때가 있어요. (웃음) 그런 점에서 ‘태양의 후예’에서 연기한 강모연 캐릭터를 통해 갈증을 풀었죠. 틱틱, 툴툴 이야기하는 거랄까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배우 송혜교 / 사진제공=UAA

송혜교가 열연한 ‘태양의 후예’ 강모연은 ‘풀하우스’ 한지은(2004), ‘그들이 사는 세상’ 주준영(2008)과 비슷한 맥락이다. 발랄함에 국한돼 있던 앞선 캐릭터들보다 강모연은 감정선이 깊고 풍부하다는 점이 다르다.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에 따르면 강모연은 김 작가가 그동안 만든 여자 캐릭터 중 가장 시원시월하고 적극적인 인물이다. 특히 송혜교의 실제 성격을 반영했다. 송혜교는 “작품 흥행도 중요하지만 전작보다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태양의 후예’가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송혜교 연기가 또 나아졌네, 깊어졌네’라는 평가를 받으면 만족해요. 퇴보하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연기는 지금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거예요. 어렸을 때는 마냥 30대가 돼 경험이 많아지면 쉽게 연기를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더 떨리고 긴장되고 캐릭터 소화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나죠. 특히나 ‘태양의 후예’는 저에게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후 3년 만의 복귀 작이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태양의 후예’가 마지막 작품일 수 있겠다는 각오로 임했죠. 크게 성공해서 그 어느 때보다 감사했어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행복하면서도 죄송스러웠던 묘한 감정이 드는 시기였어요.”

배우 송혜교 / 사진제공=UAA

송혜교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열혈 시청자이기도 했다. 그는 파트너 송중기의 달콤한 대사엔 설렜지만 정작 강모연의 ‘혈액형 농담’에는 오글거려했다.

“저도 여자인지라 TV 화면에 나오는 유시진, 송중기 정말 좋아했어요. 같이 촬영한 동생이지만 완성된 장면을 보니까 떨리더라고요. 그래서 그가 하는 대사도 전혀 오글거리지 않았죠. 딱 하나, ‘인형, 미인형, 당신의 이상형’ 이라는 제 대사가... 연기할 때 괴로웠습니다. (웃음) 솔직히 제가 20대였으면 당당하게 했을 텐데 이 나이에 잘못했다가는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워할 거 같았어요. 요즘 20대 여배우들 중에 예쁜 분들이 많잖아요. 감정씬보다 그런 유머 있는 장면들을 찍을 때 너무 귀여운 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오히려 감정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이렇게 울면 얼굴이 미워보일거야’라는 등의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요. 완벽하게 몰입해야하는 성격이거든요.”

배우 송혜교 / 사진제공=UAA

송혜교의 입에서 ‘20대 여배우’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그녀가 30대 중반이라는 게 현실로 다가왔다. 사회 통념상 결혼을 준비해야하는 시기. 하지만 송혜교에게 (아직까지는) 결혼은 선택, 일은 필수 사항이었다.

“결혼 생각이 해야 할 나이죠.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어떤 날은 ‘시집가야하는 나이인데...’ 또 어떤 날은 ‘혼자가 편한데 굳이?’, 어떤 날은 ‘하긴 해야지...’라는 생각이죠. 그래도 하긴 해야겠죠? (웃음) 하지만 우선은 이번 ‘태양의 후예’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기억할거고 더 노력해서 다음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사람으로서도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거고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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