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셰코’ 최석원, 행복을 요리하는 ‘만능 셰프’

입력 2016-05-10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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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게에 여자 연예인이 찾아와도 잘 몰라요. 배우 김사랑 씨가 왔을 때도 누군지 전혀 몰랐어요. 그만큼 연예계에 대한 관심이 적어요. TV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제 본업은 셰프니까요, 사람들이 제 음식을 먹고 즐거워할 때 가장 행복하답니다.”

최석원 셰프는 지난 2013년 ‘마스터셰프코리아(이하 마셰코)’ 시즌2에 출연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우연한 기회로 출연한 방송에서 그는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지금은 ‘쿡방’이 대세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쿡방’은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콘텐츠였다.

“‘쿡방’이 지금처럼 메인 콘텐츠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 힘들게 촬영했는지도 몰라요.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방송이 쉽지 않다는 걸 경험했죠. 제가 40대인데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합숙 과정에서는 휴대폰을 뺏겼어요. 처음으로 그런 일을 겪으니 당황스럽더라고요. (웃음) 또 요리평가를 받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인데, 가족들을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려내리더라고요.”

그는 ‘마셰코’ 준결승 무대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비장의 무기 ‘임자수탕’으로 극찬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때는 ‘3등이면 괜찮은 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좀더 잘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결승에서 만들 메뉴까지 준비했던 터라 더 미련이 남는 것 같아요. 물론 3등에 맞는 실력이니까 그 순리대로 됐겠지만요. 그래도 제 인생의 그래프에서 마셰코 출연은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방송 출연이 그에게 좋은 영향력만 미친 건 아니었다. 방송 출연 후 예상하지 못한 아픔을 겪었다. 최근 발생한 연예인 성매매 사건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 중 한 명이 최 셰프와 동명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히기 힘든 고통을 받았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가족이 아픔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 무섭게만 느껴졌다.

“단지 TV에 나오고 기사에 저와 같은 이름이 올랐다는 이유로 확인 없이 사람을 매도하는 건 잘못된 인터넷 문화라고 생각해요. 저를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일은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가족과 아이를 건드는 건 참을 수 없더라고요. ‘방송에선 딸에게 파스타를 해주는 사람으로 나오더니 돈을 벌면 얼마나 번다고 연예인 성매매를 하느냐’는 댓글을 보니 화가 나더라고요.”

그가 겪은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자신을 향한 주위의 시선이 어색해졌고, 악플러들의 비난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최석원 셰프는 오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악플러들을 대상으로 현재 고소장을 준비 중이다.

“거짓을 바로 잡고 싶어요. 하루 빨리 저를 향한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커서 아빠 이름을 검색하면서 그걸 보게 되면 어떻게 하나 싶더라고요.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쓸 수 있지만, 당하는 사람과 가족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잖아요. 이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를 아는 분들이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더 이상 거짓에 속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마셰코’ 시즌4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 사람을 향한 마녀사냥식의 비난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세코’ 시즌4를 잘 보고 있어요. 근데 게시판 전체가 사람을 향한 욕뿐이더라고요. 아무리 호감이 아니더라도 남에게 뭐라고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의 부모님이나 자식이 본다면 정말 가슴 아플 것 같아요. 방송에 나오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인성을 평가할 수는 없으니까요. 요리사가 요리만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현재 최석원 셰프는 양재동에서 레스토랑(1979)을 총괄 운영 중이다. 여러 엔터테인먼트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작곡가 용감한형제와 손을 잡았다. 그는 용감한 형제를 처음 만난 때를 떠올리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과거 요리학원을 운영할 때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요. 그때 처음 용감한형제를 만났어요. 몸에 문신도 있고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너무 순하고 좋은 분이더군요. (웃음) 운영한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요즘은 메뉴 걱정에 잠을 못 자요. 조금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행복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최근 김혜수와도 광고 촬영을 한 그는 여러모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이틀 이상 강의를 하며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요리할 때와 가르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예전 경험을 살려 수업을 하고 있어요. 의미 있고 뿌듯한 시간이죠. 여대에 가면 좋을 것 같죠?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제가 칼질할 때마다 학생들이 무서워하니까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하거든요. 요리의 소중함과 저의 노하우를 전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어디든 참여하고 싶어요.”

강의만으로는 부족한 노하우 전수는 책으로 보충할 예정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최석원 셰프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요리과정을 그림으로 담은 요리책을 구상하고 있다.

“제가 요리를 가장 잘 할 순 없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 중에 그림은 가장 잘 그린다고 생각해요. 요리의 과정을 직접 그리고 있어요. 디자인을 전공한지라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죠. 그림만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게 조립하는 듯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이처럼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최석원 셰프는 ‘행복한 요리사’를 꿈꾼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보다는 맛으로 승부하는 진짜 요리사로 살고 싶다.

“행복하게 요리하는 게 최종 목표예요. 행복하게 요리할 수 있다면 제 삶도 행복해지고,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요리하는데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지금 저와 일하는 친구들도 자격증이 없어요. 요리에 대한 열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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