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이, 그리고 황문섭의 기록들

입력 2016-05-1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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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사진|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황문섭'은 특이하고 재미있다.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힙합 듀오 긱스의 루이가 발표한 솔로 앨범 '황문섭'을 지칭하기도 하고, 루이(본명 황문섭) 그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황문섭'의 발매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루이가 가장 먼저 한 말이 "내 머리 속 생각은 하나다. 앨범을 낸 것도, 지금 인터뷰를 하는 것도 다 하나인 거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앨범의 연장선 같은 기분이다"라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루이는 "(앨범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었는 지 없었는 지라는 것 자체를 잘 모르겠다. 그냥 음악과는 다른 측면으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비트와 랩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걸(앨범을) 다루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앨범을 시작하고 지금까지가 아직 완료가 되지않은 것 같다"라며 "그래도 완료가 되는 시점이 있기는 있을거다. 그건 아마 다음 앨범의 작업이 시작됐을 때이고, 그게 멀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해 '황문섭'이라는 앨범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혀다.

또 앨범에 대한 이야기들은 주제나 범위가 광범위했다. 그 내용이 앨범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황문섭 본인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루이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반겼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인터뷰 역시 어떤 일관성을 띄기 보다는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루이는 인터뷰 도중 "앨범 수록곡 중 어떤 것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곡도 있다. '왜'가 그런데 계속 질문만 하다가 '모르겠다'로 끝난다"라고 설명했고, 인터뷰도 딱 그런식이었다.

하기(下記)의 내용들은 루이의, 또 황문섭의 생각일 뿐 어떤 정답은 아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다듬거나 정리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루이 본인에게도, 루이의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더욱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당시의 대화들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옮겨보았다.

루이, 사진|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황문섭'의 앨범이 끝나는 건 언제인가?

음악은 내가 만들고 남이 들어줬을 때,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이유이기도 하고, 이 음반에 대한 이야기가 완료라는 게 없기는 한데, 마음 속으로 정리가 되는 건 다음 앨범이 시작되는 때 부터다. 인터뷰로는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거 같다.

-예를 들면 어떤 내용들 말인가?

앨범은 내 이야기인데 은유적인 표현이 있을 수가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은 물론이고 부연설명이 필요하거나, 그런게 이유가 아닐까? 내 스스로도 정리를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나는 전곡을 다 (이야기)하고 싶다. 가사를 숙지 안해도 어떤 주제로 접근을 하는가에 따라서 다르다. 피처링을 궁금할 수도, 트랙이 많으냐, 어떤 계기로 이런 순서가 정해졌나, 그런 것도 (궁금증이)있을 건데, 그런 것들에 이야기하면 사진 앨범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사진첩을 앨범이라고 하지 않나.

-결국 '황문섭'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몇몇 가사에서는 불만스러운 표현도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게 있고, 불우하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안의 메시지는 그런 시기조차도 나 이외의 사람덕에 지금이 됐다는 생각이 있다. 엄마와의 기억에서도 그렇고 아버지와의 이야기에서도,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의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학업을 강요당는 상황에서도 행복했던 거 같다. 좋은 시기들을 남겼다고 생각을 한다.

특별히 불만이 많았던 시기는 없었던 거 같다. 전체적으로 없었다. 어느 시기에도 비슷한 크기의 불만은 있는데 커다란 불만이 있었던 시기는 없었던 거 같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앨범 분위기는 약간 딥한 부분이 있다.

나란 사람이 좀 그런 거 같다. 업템포의 인간은 아니다. 그걸 향하기는 한다. 아주 딥한 편곡은 아닌데 아주 밝지도 않고...그런 사람인 거 같다. 나도 편곡을 하면서 다시 보게 된다. '이렇게 업템포가 아니구나' 그런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더 사진같은 느낌이 든다.

일단 그런 편곡을 사용한 이유는 가사때문이다. 가사를 포착하기 위해서 편곡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진같은 느낌이 크다. 배경이 뭐였냐에 따라서 (느낌이) 변하지 않나. 가사가 편곡과 결합해서 나온 음악이 사진처럼 나온 느낌이다. 그렇게 볼 때 내가 그렇게 업한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앨범명을 본명으로 한 이유도 자기자신의 사진첩 같은 건가?

황문섭이라는 본명을 사용한 이유도 그거다. 나중에 아들을 낳았을 때 아버지도 음악을 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게. 아마 지금 아버지 나이가 됐을 때쯤에 나도 아버지가 돼 있지 않을까. 아버지는 59년생이다.

보너스 트랙 'Classic'에 그런걸 담게 됐다. 아버지가 너보다 조금 더 나이 많았을 때 음악을 했었다. 그전에는 또 재밌는게 많았다. 첫 정규니까 약간 그렇게 가사를 적어내려갔던 거 같다.

내가 그때까지 음악을 하더라도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처음 시작이 어땠는 지를 보여주고 싶은 거다. 긱스는 황문섭 개인이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전적인걸 많이 썼던거같다.

-그럼 앨범 자체는 만족을 하나.

어느 정도는 담고 싶은 걸 담았다고 만족을 한다. 더 가감할 게 지금 상태로는 많이 없다. 20대 중반 내 또래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고민들, 느끼는 그런걸 담았다. 상황이 다르고 성별이 다를 수 있는데 도시에 사는 대한민국 20대 청년이라면 느끼는게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친구들 얘기도 듣고 의도하기도 했고.

-그런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루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시리즈로도 나올 수도 있다. 언제 우리끼리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긱스 정규도 20대 초반 그때 이야기를 했다고. 그 과정 중에 하나인 거 같다. 결론이 쉽게 안나더라. 사실 제목이 쉽게 안 떠올라서 그냥 황문섭이라고 제목을 지은 거 같기도 하다.

-잠깐, 루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온건가?

루이는 리미(남수림) 누나라고, 그 누나가 외국사람처럼 생겨서 루이라고 하라고 했다. 프랑스 누가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누나가 주위에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빼도 박도 못하게 루이가 됐다.

사실 루이가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루이라고?'하고 아직도 생각을 한다. '문섭아'가 익숙하다. 근데 (계속 루이라고 불리다보니) 프랑스가 묘하게 정겹긴 하더라.

-실제 프랑스에 가 봤나?

그렇다. 프랑스는 길거리에서 그래피티하고 랩하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즉흥적으로 랩도 하고...그런 거에 익숙한 사람들인 거 같더라. 재즈바 같은 데서 술먹고 친구도 사귀고 그랬었다.

(프랑스가 정겨워서)그래서 한번은 크루셜스타 뮤직비디오 찍을 때 선발대를 자처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비로 갔다.

-재미있었겠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귀국 다음 날에 행사가 잡힌게 있었다. 유럽에서는 스레기차가 쓰레기를 치우고 그러면 차가 그걸 기다리는데, 비행기를 타러 가는 중간길에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치우더라, 그게 계속 그러니까 결국 비행기를 놓쳤다. 행사를 못나갔고 크라이베이비가 대신 나갔던 일이 있다.

-다시 앨범 얘기로 돌아와 보자. '사차선도로'는 제목그대로 사차선 도로가 주무대이다.

노래 자체가 신사역 사거리서 한강대교까지가 주무대다. 신사역 사거리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사무실에 얹혀 살았다. 사무실에 방이 3개 있는데 그중 하나에서 살았다. 그렇게 강남과 인연이 시작됐다.

지금은 집에 장비를 들여서 집에서 산다. 원래 집은 왕십리다.

'사차선도로'는 쉽게 말하는 대로다. 사차선을 내가 끼고 살았더라. 이수역에 사무실이 있었을 때도 이수역 사무실에서 살았는데, 거기서도 강변북로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서 그렇게 가야했다. 그 사실을 차를 사고 나서야 알게됐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막힐 때마다 짜증이 났다. 퇴근 시간마다 막히는데, 집에 가려고 하다가다 사고가 나고, 막히고, 그런게 다들 어디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그걸 깨닫고 '사차선도로'를 쓰게됐다.

처음은 답답함을 떠올렸다. 가사속 빨간불은 브레이크등이다. 누군가는 다투면서도 각자 나름의 이유 덕에 바쁜걸 다 담으려고 했다. 그런 이런저런 마음을 담았다고 보면 된다.

-결국 집에 돌아가려는 마음을 표현한 건가.

집이라는 뉘앙스가 전체적으로 있다. 집으로 가고 싶다는 것도 있겠지만, 집이랑 어릴 적의 순수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거다. 내가 돌아가야할 곳, 가끔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느낌이다.

-고향이 어디인가?

나는 고향이 서울이다.

-???

근데 내가 살던 동네가 개천가에 판자촌인데, 거기서 엄마가 손잡고 퇴근하던 기억이 있다. 거기가 내 집이다. 좋지않은 동네긴한데 나한테는 고향이다. 모든게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하는 와중에 특정하게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영감이고 원동력이다. 그 순수했던 시절 자체 그 하나의 시간과 공간이 나한테는 '사차선도로'를 달린 이유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당시 이런 생각을 했었어' 그런걸 남기고 싶었던 것도 있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긱스는 잦은 아이돌 피처링으로 상업적인 음악들을 한다고 비난 받거나 저평가를 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한 적도 있고 그렇게 하기도 하는데, 저평가라는 건 대중이 하는 거다. 일부에게는 저평가를 받더라도, 전체적으로는 평가를 잘 받는다. 아직도 우리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만족을 한다. 저평가를 하는 큰 이유는 대중적, 상업적이라는 거다. 사실 상업적이라는 것도 모호하다. 누구든 어떻게든 팔려야 한다. 그게 아니면 강매를 하거나 꽁짜를 줘야한다. 그러려고 음악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돈을 벌기전에는. 그런데 돈을 벌고 나서도 들려주고 싶어하는 건 똑같다. 그런게 정이고 반이면 둘 다 고민을 하는게 이 직업의 필수적인 거다.

-그럼 이번 '황문섭' 앨범은 어떤가?

나는 이번에는 확실히 상업적이다. 육성재를 피처링으로 쓴 건 진짜 상업적인 거다. 아니라고 하면 가짜다. 그렇다고 상업만 보고 가사를 쓴 건 아니다. 수 많은 상업적인 상황에서 살았고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영향을 안 받으려고 노력하는건 내 스타일은 아니다. 그 대신 (비난 받는)이유는 안다. 그 (힙합)문화에 대한 존경심과 탐구는 항상 필요하다. 그런(지적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맙기도 하다.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저평가될 가치도 없는 그런 거다. 이번 앨범은 저평가가 아니라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나중에 내가 정말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음악을 하더라도 이 음반이면 그래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란 사람은 사람답게만 살면되는 거 같다. 귀 열렸으면 듣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대중적인 걸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었기때문에 하는 거다. 그걸 노력해서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이유가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려 한다.

-여담으로 아이유의 피처링 약속은 어떻게 됐나?

아이유가 우리 쇼케이스에 왔는데, 우리가 장난으로 각서를 가져왔다. 무대위에서 긱스 피처링하겠냐고 하는데 '아니요'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그냥 써준 거다.

승택이(릴보이)와 나는 예전부터 아이유 팬이다. 그냥 (우리 쇼케이스에)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누구에게 약속을 얻어내고 하는 걸 잘 못한다.

-그래도 긱스는 피처링이 줄을 서는 그룹이다.

이번 정규 전에 휘인, 이현우, 권순일, 유성은 이렇게 콜라보를 했는데 각자의 특색들이 있어 재밌었다.

콜라보레이션 한 음악가중에 자메즈는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자메즈가 '쿼터'라는 앨범을 냈는데 그게 나와 맥락이 비슷하다. '아우디'라는 곡에서 자메즈가 보는 내용과 다른 시점의 내 이야기를 쓰고 그랬다.

이번 '황문섭' 앨범에 수록된 '작업실'은 자메즈의 'lap'의 파트 2같은 느낌이다. 훅이 같다.

-음..그래서 현재까지의 '황문섭'에 대한 결론은 뭔가?

황문섭이다. 돌아가는 게,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때 순수했던 황문섭이다.

-지금은 순수하지 않나?

지금은 굉장히 추악하다. 아니, 굉장히까지는 아니고 괜찮은 거 같다.

루이, 사진|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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