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이빌론, ‘R&B 신흥 3대장’이 되기까지

입력 2016-05-12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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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영된 힙합 프로그램들은 힙합의 대중화에 일조했다. 힙합 문외한들도 힙합음악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알앤비의 인지도는 제자리 수준이었다. 장르 특성상 노래를 잘하는 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쉽게 부르기 어렵다는 대중의 고정관념도 한몫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알앤비 씬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외국장르로만 여기던 알앤비 음악은 국내에서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이빌론은 딘, 크러쉬와 함께 ‘신흥 알앤비 3대 라인’을 형성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의 색과 영역으로 알앤비 씬을 새롭게 주도하는 베이빌론을 만났다.


베이빌론의 이번 싱글은 제작에만 7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인 만큼 음악적 정체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히트메이커 블랙아이드필승이 참여한 ‘너 나 우리’는 베이빌론 특유의 알앤비 감성이 묻어나는 곡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첫 앨범 치고는 제 색깔을 잘 담은 것 같아요. 알앤비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듣기 좋은 곡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순차적으로 보여드릴 곡들이 많으니 일단은 두 곡만 발매했어요. 초장에 패를 다 보여드리면 다음에 보여드릴 게 없잖아요.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는 게 맞겠죠.”

이번 베이빌론의 싱글앨범에는 도끼와 원더걸스 예은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좀처럼 쉽게 작업하기 힘든 뮤지션과 함께 한 그는 두 사람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처음에 ‘너 나 우리’는 도끼 씨가, ‘비오는 거리’에는 예은 씨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섭외를 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굉장히 바쁜 분들인데 성사된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작업을 해 보니 기대 이상으로 결과물이 잘 나왔어요. 두 분의 참여로 곡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곡 구성도 다이내믹해졌어요.”

지난해 데뷔한 베이빌론은 다양한 뮤지션들의 피처링에 참여했다. 심지어 ‘아티스트가 찾는 아티스트’라는 좋은 수식어도 갖고 있다. 이번에는 주도적으로 준비한 음반이기에 더욱 철저하고 기민하게 준비했다.

“피처링으로 저를 많이 찾아준 것은 편안함 때문인 것 같아요. (웃음) 피처링만 하다가 메인아티스트로 작업하다보니 어렵더라고요. 총괄적으로 다 관여해야 하니까 신경도 많이 쓰고 예민했던 것 같아요. 주위에서 조언보다는 용기를 많이 줬어요.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더욱 창의적으로 나올 수 있게 응원해주더군요.”

같은 소속사인 블락비의 지코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음악적인 교류는 물론 절친으로 지내고 있는 베이빌론은 지코를 ‘노력형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

“지코가 평소에 책을 엄청 많이 읽어요. 거기서 얻은 정보에서 곡의 모티브를 많이 얻는 것 같더라고요.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성격이랄까요. 절대 현재에 안주하는 성격이 아닌 것이 지코의 무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피처링한 지코의 ‘보이즈앤걸즈’도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죠. 저도 이제 제 이름을 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베이빌론은 애초에 ‘바빌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한 대부업체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 반면 베이빌론의 음악을 주목해온 리스너들의 칭찬은 그에게 큰 힘이 된다.

“바빌론은 영화 ‘스카페이스’에서 주인공 알파치노가 자주 가는 술집이었어요. 그곳이 돈과 명예 그리고 사랑을 얻는 장소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바빌론이란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근데 이름을 검색하면 대부업체가 상단에 나와서 당황스러웠어요. 노래 아닌 다른 이미지로 보일까봐 베이빌론으로 이름을 바꿨죠. 그래도 ‘갓빌론’이라는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베이빌론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등학교 축제 무대를 시작으로 언더 무대를 거친 그는 어느새 딘, 크러쉬와 함께 ‘신흥 알앤비 3대장’으로 불리고 있다. 베이빌론에게 딘과 크러쉬는 경쟁 상대가 아닌 든든한 동료다.

“아직은 제가 많이 알려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근데 딘, 크러쉬와 함께 ‘신흥 알앤비 3대음악대장’에 이름이 올랐더라고요. 저는 아직 한없이 부족한데, 두 사람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살벌하게 해요. 그 라인에 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아요. 셋이서 서로의 음악을 모니터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이죠. 언젠가 셋이 한 곡에서 만날 날도 기대해주세요.”

베이빌론은 이번 활동으로 자신의 진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알앤비하면 베이빌론을 떠올릴 수 있도록, 대중들이 알앤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활동의 큰 목표다.

“지금까지 음악작업을 하면서 개코, 팔로알토, 빈지노 형이 연락 왔을 때가 가장 기뻤어요. 내가 동경하던 뮤지션들이 나를 찾아주고 인정해줬을 때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하죠. 앞으로 그루브하면서 진한 감성이 있는 알앤버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를 조합해서 대중들이 알앤비를 어려워하지 않도록 쉼 없이 연구할게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세븐시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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