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70위 왕정훈, 리우행 새 추격자

입력 2016-05-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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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모리셔스오픈 우승·유럽투어 2주연속V
예상 밖 활약…올림픽 출전경쟁 불꽃

왕정훈(21·사진)이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러피언투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새 역사를 썼다.

왕정훈은 15일(한국시간) 아프리카 모리셔스 부샴의 포시즌스 골프장(파72·7401야드)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아프라시아 뱅크 모리셔스오픈(총상금 100만 유로) 마지막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치며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시디커 라만(방글라데시·5언더파 283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6만6660유로(약 2억2200만원).

일주일 전 핫산2세 트로피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왕정훈은 유러피언투어 최연소(20세263일) 2주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선수로는 양용은(44)이 유러피언투어에서 2승을 거뒀지만,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건 왕정훈이 처음이다.

큰 대회 우승의 경험이 승부를 갈라놨다. 라만은 올해 32세다. 2009년 프로가 된 그는 투어 경력 7년 차다. 주로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했다. 우승도 두 번(2010 브루나이오픈·2013년 히어로인디언오픈)이나 경험했다. 그러나 유러피언투어 경험이 적다. 그런 라만에게 이번 대회 우승은 더 큰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승을 눈앞에 둔 라만은 흔들렸다. 반면 왕정훈은 라만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투어 경험도 짧다. 그러나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고, 일주일 전에는 우승도 경험했다. 세계랭킹은 라만보다 300위 이상 높은 88위였다. 이런 차이는 왕정훈에겐 보이지 않는 무기가 됐고, 라만을 압박하는 결정타가 됐다. 1타 차 선두였던 라만은 왕정훈의 추격이 계속되자 마지막 2홀에서 무너지면서 우승컵을 내줬다.

왕정훈은 해외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국내의 선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시절까지 국내에서 지낸 그는 중학교 때 돌연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났다. 국내의 골프환경은 험했다. 중학생만 돼도 상비군과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왕정훈 역시 그런 환경에서 경쟁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결단을 내렸다. 필리핀으로 떠나 골프에 전념하기로 했다. 상비군과 국가대표 등 엘리트코스를 거치면서 프로무대로 올라온 노승열, 이수민, 김시우 등과 비교하면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셈. 프로 입문도 빨랐다. 16세 때 프로가 됐다. 하지만 그의 떠돌이 생활은 계속됐다. 중국에서 시작해 아시안투어 그리고 올해 유러피언투어로 한 계단씩 성장했다. 대신 남들과 다르게 험한 길을 걸어온 왕정훈은 단단해졌다.

아무도 유러피언투어에서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그는 가능성을 지닌 젊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유러피언투어에서 2승을 따낸 왕정훈은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올해 유러피언투어에서 2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찰 슈워젤(남아공)과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대니 윌렛(잉글랜드) 그리고 왕정훈 3명뿐이다.

한편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70위까지 끌어올린 왕정훈은 이수민(69위)을 바짝 뒤쫓으면서 올림픽 출전 경쟁에 더욱 불을 지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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