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백혈병 딛고 ‘넥센 수호신’ 화려한 변신
어떻게 한 순간에 이런 투수로 탈바꿈할 수가 있을까. 넥센 김세현(29·사진)이 세이브 부문 단독 1위로 치고 나가며 수호신으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 볼넷을 단 1개도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김세현은 24일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2세이브(1승0패)째를 수확했다. 전날까지 세이브 부문 공동 1위였던 SK 박희수가 NC전 우천취소로 쉬는 사이, 김세현은 이 부문 단독 1위로 앞서 나갔다. 시즌 19이닝 동안 6실점(5자책점)으로 방어율 2.37을 기록하게 됐다.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 9회 선두타자는 대타 이종환.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하주석을 2구만에 2루와 중견수 사이에 뜬 플라이를 유도했다. 중견수가 여유 있게 잡을 수 있는 타구. 그런데 2루수인 주장 서건창이 중견수 자리까지 무리하게 달려가며 역동작으로 잡으려다 떨어뜨리고 말았고, 하주석은 2루까지 내달렸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1사 2루 위기. 여기서 8번타자 조인성을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해 2사 2루를 만들었다. 9번타자는 이성열. 그런데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가 포수 뒤로 빠져버렸다. 폭투로 인해 2사 3루. 볼카운트 3B-2S까지 몰렸다. 볼을 던지면 올 시즌 4사구 ‘0’ 행진이 끝나는 순간에서 김세현은 정면승부를 했고, 강한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갔다. 2루수 서건창은 실책을 만회하려는 듯 침착하게 1루로 던지면서 2-1 승리를 마무리했다. 5위 넥센은 시즌 22승1무22패를 기록하게 됐다. 2위 NC에도 1.5게임차로 추격했고, 3위와 4위인 LG와 SK에는 0.5게임차로 따라붙었다.
김세현은 2006년 현대에 입단한 뒤 시속 150km대 강속구로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 어이없는 부상도 당했고, 크고 작은 물의도 일으켰다. 지난해 자리를 잡는가했으나 백혈병으로 포스트시즌에 쉬는 불운까지 겹쳤다.
그는 결국 지난해 말 이름을 김영민에서 김세현으로 바꿨다. 그리고는 올 시즌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큰 기회를 잡았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FA로 롯데로 이적하면서 마무리를 맡았다. 그런데 ‘만년 유망주’ 김세현은 기대 이상의 역투로 넥센의 수호신으로 안착했다.
김세현은 경기 후 “1점차 스코어를 신경 쓰지 않고 덤덤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내가 여기서 막아야만 팀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마지막 타자 이성열 선수를 상대로 위기가 있었지만 수비만 믿고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팀이 승리해서 기쁘고, 세이브 1위에 올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