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여주인공 김태리. 영화와 드라마 출연 경험이 없는 그는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아가씨’에 참여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성공사례 많아…연기력은 필수
한국영화 여주인공의 자리가 점차 신인연기자의 몫이 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아가씨’의 주인공인 신인 김태리의 등장에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배우 최민식이 주연하는 영화 ‘침묵’ 역시 여주인공을 신인에게 맡기기로 하고 오디션 등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새 얼굴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김태리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이 없는 신인이지만 박찬욱 감독의 선택으로 ‘아가씨’에 당당히 합류했다. 김민희, 하정우와 더불어 주연으로 나선 그는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로 당차게 맞선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태리는 자신의 매력과 실력을 데뷔작 ‘아가씨’에 아낌없이 쏟아냈다. 낯선 배우가 만들어내는 이 같은 신선함은 일제강점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영화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만든 기폭제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영화 ‘침묵’ 역시 여주인공으로 새로운 얼굴을 발탁하기로 하고 적임자 찾기에 한창이다.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과 제작진은 이미 몇 차례 오디션을 진행했고, 주연배우 최민식 역시 자신과 만날 신인연기자 발굴에 적극적인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침묵’에서 여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고려하면 제작진의 과감한 시도는 더욱 돋보인다. 영화는 재벌가 회장의 약혼녀인 유명 가수가 살해되고, 사건의 용의자로 회장의 딸이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회장 역의 최민식과 딸 역을 맡을 신인연기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영화계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신인 발굴 움직임은 최근 잇따르는 성공 사례로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2012년 ‘은교’의 김고은을 시작으로 지난해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올해 ‘아가씨’의 김태리까지 그 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태리는 6월1일 개봉하는 ‘아가씨’에 대한 관객의 평가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앞서 칸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영화로 확인된 그의 연기는 기성 여배우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실력임이 드러났다.
여주인공으로 신인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연기자들이 미리 정해놓는 어떠한 ‘상’(像)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인연기자들의 낯선 외모도 감독과 제작진이 욕심을 내는 부분. 박찬욱 감독은 “김태리의 외모는 그동안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라고 평했다.
영화 주연으로 파격 발탁되는 신인들은 데뷔 전 2∼3년씩 연기 학습에 집중해온 공통점을 가졌다. 김고은과 박소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김태리는 대학교 연극 무대에서 4년 동안 기본기를 쌓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