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행동하는 캡틴’ 이범호의 품격

입력 2016-06-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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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에서 3년 연속 주장을 맡고 있는 이범호(오른쪽)는 솔선수범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말만 앞서는 선배로 있기 보단, 행동하는 주장으로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려 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타율 0.317·12홈런·38타점…‘모범 FA’ KIA 이범호

해태와 KIA 타이거즈는 프로 원년부터 호남을 대표하는 팀이다. ‘TK’와 ‘PK’를 대표하는 삼성과 롯데처럼 지역색이 유달리 강하다. 이런 KIA에서 대구 출신으로 3년 연속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가 있다. 올 시즌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이후 ‘모범 FA’로 주목받고 있는 이범호(35)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턴해 2011년 KIA에 입단한 이범호는 선동열 감독 시절인 2014년 처음 주장에 선임돼 김기태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 선수단 투표를 통해 연임됐다. 지난해 말에는 FA 자격을 다시 얻어 4년(3+1년)간 총액 36억원(계약금 10억원·연봉 6억5000만원)에 KIA에 잔류했다. FA 계약 이후 내리막을 타는 선수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이범호는 모범적인 길을 걷고 있다. 올 시즌 타율 0.317(199타수 63안타)·12홈런·38타점으로 팀 타선을 지탱하고 있다. 광주에서 이범호를 만나 주장으로 사는 법과 FA의 책임감에 대해 들었다.


후배들에게 말하기전에 내가 먼저 보여줘야
방망이 무게 20∼30g 낮췄더니 효과 만점
개인적으론 300홈런·1000타점 치고 싶다

주장?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구 출신으로 광주에서 주장을 3년 연속 하고 있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전(한화)에서 10년 있었다.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서 자라는 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옛날엔 지역 연고 개념이 강했지만, 요즘은 타 지역에서 오는 선수가 많아 그런 생각은 많이 안 해본 것 같다.”


-그래도 KIA는 전통적으로 지역색이 강했던 팀이다.

“처음 FA로 일본에 갔다가 KIA로 올 때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다.(웃음) 당시 주축 선수들이 KIA에서 오래 뛴 선배들이었다. 그래서 (최)희섭이형한테 먼저 연락했다. ‘형, 이런 상황인데 팀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얘기하더라. ‘좋은 팀이다. 밖에서 봐서는 모른다. 와서 후회할 일은 없다’라고. 직접 와서 느껴보니 이전에 주장을 하신 김상훈 선배, 이종범 선배 같은 호남 출신 선배들이 굉장히 길을 잘 닦아놓은 느낌이었다.”


-주장으로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나.

“내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하자’고 말하기 이전에 첫째로 내가 컨디션이 좋아야 하고, 둘째로 공격이나 수비에서 모범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작은 걸 얘기해도 후배들 귓속에 쏙쏙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친구들은 가슴에 와 닿아야 움직이는 것 같다. 저 선배는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먼저 인식이 돼야 한다. 그래야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잔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하는 얘기라고 생각할 거다.”


-행동하는 주장, 매우 인상적이다.

“경기를 뛰는 부분도 그렇다. 내가 쉬어야 할 때도 최대한 경기에 출전하려고 하는 것도 여차하면 선배가 쉰다는 모습을 보이면 아무래도 후배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올해 전경기에 나오고 있는 (김)주찬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고참으로 힘들고 피곤해도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범 FA? 받은 만큼 해야 한다!


-FA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012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42경기 출장에 그치면서 다시 자격을 얻기까지 다른 선수들보다 1년이 더 걸렸다.

“마지막 4년째에 다쳤으면 허탈했을 텐데 내 나름대로는 완벽한 상태에서 FA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KIA에 온 첫 해를 좋게 보내고 2년째에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면서 고생했다. 1년 더 걸린 것에 대해선 깊게 생각 안한다. 그 시기에 김기태 감독님께서 부임하셨는데 야구하는 스타일이나 기타 배워야할 점이 많은 분이다. 오히려 1년 늦춰진 게 큰 운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웃음)”


-FA 계약 첫 해인데 오히려 이전보다 성적이 더 좋다. 2011년(0.302) 이후 5년 만에 3할 타율이다.

“받은 만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KIA에 처음 왔던 2011년에도 좋은 상태인데 일본에서 뛰지 못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느낌이 있었다. KIA에서 날 인정해줬기 때문에 보답해야한다는 생각도 강했다. 또 감독님께서 주장을 1년 더 부탁한다 말씀하셨을 때 책임감도 있었다. 작년엔 시즌 초반 워낙 안 좋았기에 올해는 그렇게 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준비를 잘했던 게 좋은 성적이 나오는 계기인 것 같다.”


-FA 계약을 앞두고 펄펄 날던 선수들이 계약 이후 내리막을 타는 일이 많다. 오히려 반대인데.

“그것도 예전 얘기인 것 같다. FA를 하면 풀어지는 경향도 있었지만, 이제 다들 1번 더 하려고 더욱 노력하는 추세인 것 같다. 그래야 선수 값어치도 올라가지 않나. 또 FA 1번 했다고 마지막에 웃지 못하고 시드는 선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이어가려고 꾸준히 훈련하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팀 타선을 혼자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타격감의 비결은 무엇인가?

“전에는 타석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다리 쪽에 부상이 있던 것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 타격 시 힘을 쓰는 스타일인데 생각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으면 마사지나 스트레칭 같은 부분을 굉장히 신경 많이 써주신다. 코칭스태프도 주루플레이나 출전시간 등을 먼저 조절해주신다. 또 작년 초반에 안 좋았던 걸로 교훈을 삼았다. 우선 방망이 무게를 낮추고 좀더 정확하게 안타부터 치자고 마음먹었다. 타율이 일정궤도에 오르면 그때부터 장타를 의식하는 스윙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방망이 무게는 일부러 20∼30g 낮춰 870g 정도를 쓴다. 100타석까지는 정확히 가고, 그 이후에 장타 쪽으로 가자는 게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KIA 이범호. 스포츠동아DB


목표? 도달하기 전까지 마음 놓지 않는다!


-최근 4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10년 넘게 중심타선에서 치고 있는데 내가 못 치면 진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간다. 욕심이 없으면 퇴보한다. 욕심을 갖되, 자만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지금 내 느낌으론 6번을 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브렛) 필이 4번, (나)지완이가 5번을 치는 게 팀으로 봤을 땐 가장 좋을 것이다. 고참인 나보다 젊은 선수나 외국인타자가 4번을 치는 게 이상적이다.”


-KIA 타선에서 해줘야할 선수를 꼽으면 누가 있을까?

“우리 팀에선 (김)호령이나 (나)지완이가 해줘야 한다. 도루할 수 있는 선수가 적으니 호령이가 1번에서 잘 살아나가야 한다. 지완이 같은 경우엔 힘들었던 시즌을 겪고 나니 성숙해진 부분이 있다. 필이나 (김)주찬이는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다. 난 두 친구들에게 맞춰가면서 돕는 타격을 해야 한다. 필도 다시 좋아지고 주찬이는 워낙 잘 치고 있으니, 호령이와 지완이가 키를 쥐고 있는 것 같다.”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시즌이다. 내년에 (김)선빈이와 (안)치홍이가 들어오는데 기존 선수들과 경합을 벌이면서 백업도 강해질 것이다. 올해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우승후보로 올라갈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7월이 되면 (임)창용이형도 올라올 수 있고 (윤)석민이도 보탬이 될 것이다.”


-팀 외에 개인적인 목표는?

“개인적으론 예전부터 통산 300홈런·1000타점이 목표였다. 선수생활이 끝났을 때 ‘그 정도면 고생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이승엽 선배가 예전에 ‘목표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나도 최대한 빨리 목표치에 도달하고, 그 이후 다음 목표를 잡고 싶다.”


-내년에도 주장을 할 의향이 있나.

“이제 다른 선수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느 정도 틀을 잡아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내년엔 뒤에서 도와야 한다. 한 선수가 장시간 주장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장 임기는 2년이 딱 좋은 것 같다. 물론 주장이 끝난다고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웃음)”

KIA 이범호는?


▲생년월일=1981년 11월 25일

▲출신교=대구수창초∼경운중-대구고

▲키·몸무게=183cm·95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0년 한화 입단(200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

▲입단 계약금=1억1000만원

▲프로 경력=한화(2000∼2009)∼소프트뱅크(2010)∼KIA(2011∼)

▲2016년 연봉=6억5000만원

▲2016시즌 성적=타율 0.317(199타수 63안타) 12홈런 38타점(13일 현재)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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