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혜수는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유명 여배우로 출연한다. “운명처럼 다가와 나를 깊게 자극한 영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영화 ‘굿바이 싱글’ 김혜수
결핍된 이들이 진짜 가족으로…
꾸미지 않은 코미디에 꽂혔죠
젊은 감독과 작업, 또다른 자극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배우 김혜수는 30년 동안 ‘험난한’ 연예계에 몸담고 살아왔지만 변함없이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인기가 뚝 끊긴 적도, 출연작이 크게 실패한 적도 드물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다면 불가능한 결과다. 그런 김혜수가 자신의 실제 모습과도 겹치는 톱스타 역할을 맡은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제작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을 29일 내놓는다. 김혜수는 “운명처럼 다가온 영화”라고 했다.
“3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 때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겪으면서 가족이 아닌 친구들도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 영화도 비슷한 내용이다. 나를 깊게 자극했다.”
김혜수가 연기한 주인공 주연은 ‘20 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킨 연예인이지만, ‘열애 스캔들의 단골’이자 ‘발연기의 대명사’로도 통한다. 조카뻘 남자 스타와의 요란한 공개연애로 제대로 망신당한 그는 ‘영원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고 엉뚱한 작전을 펼친다.
물론 섹시한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촬영 전 혹독한 다이어트가 짐작될 정도로 스크린에서 매끈한 몸매를 과시한다. ‘많이 굶었겠다’고 묻자, 그는 “바로 그거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하필 그 전에 촬영한 영화가 ‘차이나타운’이었다. 그 땐 몸집을 키우는 체중 조절이 필요했다. 나는 일반 여성과 비교해 어깨가 넓은 편이고 몇 끼만 잘 먹어도 금방 살이 찌는데, 쉽지 않았다.”
그런 김혜수는 “칼로리 줄이면서 양껏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전부 안다”고 자신했다. 단호박부터 곤약, 버섯, 콩나물 등이 그의 입에서 줄이어 나왔다.
‘굿바이 싱글’은 오랜만에 김혜수의 코미디 연기를 만나는 기회다. 반갑고 흥미롭다. 그는 이미 ‘닥터 봉’부터 ‘신라의 달밤’까지 코미디 흥행작을 여러 편 내놓은 스타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코미디가 정말 어렵다”고 했다. “한창 영화를 시작하던 무렵 코미디 영화가 많이 제작됐다. 자연스럽게 출연했지만 실력은 너무 부족하니까 자꾸 꾸며서 코미디 연기를 하려고 했다. 부담과 강박관념, 자격지심 같은 거였다.”
만약 ‘굿바이 싱글’이 그저 단순한 코미디에 그쳤다면 참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영화는 유쾌한 코미디로 시작해 뭉클한 감동으로 끝맺는다. 김혜수는 “결핍된 누군가가, 결핍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진심으로 가족이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건강한 에너지로 똘똘 뭉친 김혜수는 뜻밖에도 야외 활동은 즐기지 않는다. 그는 “쉴 때는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지만 혼자 하는 취미도 많다. 요리부터, 드문드문 하는 그림도 있고. 예를 들어 어떤 작가의 책을 우연히 읽고 마음에 든다면 그 작가의 책을 전부 읽는다. 만약 국내에 아직 출간되지 않은 외국 작가라면 해외사이트에서 사서 따로 번역을 맡겨 읽는다.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김혜수의 다음 영화는 신인감독이 연출한 ‘소중한 여인’이다. 사실 그는 신인감독들과의 작업을 즐긴다. 이번 ‘굿바이 싱글’ 역시 상업영화 연출은 처음인 감독과 만났다. “패기 있는 젊은 감독”과의 작업은 그에게 또 다른 자극을 주는 듯 했다.
혹시 함께 하고 싶은 기성 감독은 없는지 묻자 그는 말을 돌렸다. 집요하게 다시 물으니 그는 “거장들은 저를 찾지 않는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꼭 하고 싶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도 있고. 아! 봉준호 감독님도 날 좀 끼워주면 좋을 텐데.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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