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서른 즈음에… 9회말 투아웃을 뒤집다!

입력 2016-06-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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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기태-SK 김재현- kt 전민수.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삼성 김기태, 데뷔 11년만에 첫 선발승
SK 김재현 백업에서 3할6푼 주전으로
9년차 kt 전민수도 방출 설움 딛고 1군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을 때면, 흘러가는 청춘을 안타까워하는 가사가 귓가를 맴돈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조금씩 잊혀져간다’는 반복되는 가사가 심금을 울린다.

야구선수들에게 ‘서른’은 남다르다. 노랫말 속에서 멀어져가는 청춘을 그리워했다면, 야구선수들은 서른 즈음에 점점 기회와 멀어지고, 자신의 존재감이 조금씩 잊혀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주전보다 더 많은 백업, 2군 선수들이 프로의 냉정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매년 수많은 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유니폼을 벗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른 즈음에 뒤늦게 주목받는 ‘늦깎이’들이 있다. 더구나 시즌 전 감독의 시즌 구상에서 멀어져있던, ‘계산 밖’ 선수들이기에 이들의 선전이 놀랍기만 하다. 삼성 우완투수 김기태(29)와 SK 외야수 김재현(29), kt 외야수 전민수(27)가 그 주인공들이다. 김기태와 김재현은 2006년 입단 동기로 올해 우리 나이 서른이다. 전민수는 이들보다 2년 후배로 우리 나이 스물여덟, 모두 프로선수로서 기회와 멀어지는 기로에 서있었다.

5이닝 숙제 푼 김기태, 선발진 안착 노린다!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지명된 김기태는 류현진(LA 다저스)과 동창으로 함께 동산고 마운드를 이끌던 주역이었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기태는 시즌 전만 해도 확실한 선발자원으로 분류가 된 투수가 아니었다. 2012년과 2013년, 1경기씩 선발로 나선 게 전부였다. 그러나 올해 외국인투수 동시 이탈 등 선발진의 붕괴로 다시 기회가 왔다.

지난달 10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첫 선발등판 기회를 잡았다. 이미 김건한, 장필준 등 앞선 대체선발들이 기대치를 밑돈 이후였다. 김기태 역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4.1이닝 2실점. 이후 그는 매 경기 5회의 고비에 막혔다. 3경기만에 2군으로 내려간 뒤 다시 얻은 선발기회, 김기태는 11일 광주 KIA전에서 5이닝 2실점하며 11년차에 데뷔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5이닝의 벽을 깨면서 그동안 기다려준 코칭스태프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6,7회를 못 던진 게 숙제”라던 그는 다음 등판인 17일 대구 두산전에서 6.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오른 중지 손톱이 들리는 부상만 없었다면,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7이닝도 거뜬했을 호투였다. 계산에도 없던 투수 김기태는 이제 선발진 안착을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11년차 외야수 김재현, 어엿한 1군 멤버!

김재현은 2006년 2차 5라운드 전체 36순위로 SK에 입단했다. 빠른 발 등 타고난 재능이 있어 1군에서 꾸준히 활약했으나, 대주자·대수비 요원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전지훈련에선 오키나와 2차 캠프에 탈락해 2군 대만 캠프로 향하는 설움을 겪었다.

전환점이 필요했던 그에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4월 초 3일, 5월 초 3일간 1군에 머문 게 전부였다. 2군에서 타율 0.354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던 그에게 지난달 말 3번째 기회가 왔다. 입단 동기이자 주전 리드오프 이명기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자, 마찬가지로 빠른 발을 가진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김재현은 20일까지 타율 0.364·1홈런·10타점으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데뷔 첫 홈런 맛도 봤다. 이명기가 돌아왔음에도 오히려 입지가 탄탄하다. 그동안 프로야구에 수많았던 김재현, 올 시즌 3명이나 되는 ‘김재현’ 속에서 드디어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이젠 어엿한 1군 멤버다.

방출 시련 전민수, 반전 드라마 쓰다!

kt 전민수의 등장도 드라마틱하다. 2008년 2차 4라운드 전체 27순위로 현대에 지명된 전민수는 현대가 해체된 뒤 탄생한 우리 히어로즈에 입단해 팀명이 넥센으로 바뀌는 수년 동안 1군에서 고작 15경기 출장에 그쳤다. 결국 2013년 방출됐고, 2014년 신생팀 kt에서 육성선수로 마지막 기회를 부여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식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1군은 그에게 멀기만 했다. kt 외야는 기존의 이대형, 하준호, 오정복, 김사연에 FA 유한준,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진영이라는 두 베테랑 영입으로 더욱 두터워졌다.

스프링캠프마저 언감생심이던 선수였으나, 외야수들이 부상으로 한 명씩 이탈하자 기회가 왔다. 남다른 성실함 끝에 얻은 1군 기회, 이미 방출을 경험한 선수에겐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전민수는 타율 0.313·2홈런·17타점으로 외야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서른이 되기 전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의 ‘반전 드라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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