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로사리오를 바꾼 ‘쇼다 코치와 빨간의자’

입력 2016-06-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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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윌린 로사리오는 다방면에서 매력적인 선수다. 큰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와 거침없는 주루플레이,익살스러운 장난은 팬층을 두텁게 하는 요소들이다. 스포츠동아DB

타율 0.323·16홈런…‘한화 용병 중 나홀로 분투’ 로사리오

2014년 한화는 외국인타자 펠릭스 피에를 뽑아 재미를 봤다. 피에는 그해 119경기에서 타율 0.326, 17홈런, 92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팀은 꼴찌(9위)에 머물렀지만, 피에의 화끈한 타격과 세리머니에 팬들은 열광했다. 눈높이도 높아졌다. 지난해 나이저 모건, 제이크 폭스의 부진이 더욱 아쉬웠던 이유다. 올해는 다이너마이트 타선 재구축을 목표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ML)에서 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강타자를 데려왔다. 주저 없이 130만달러의 거액을 썼다. 주인공은 ML 통산 71홈런을 기록한 윌린 로사리오(27)다. 기존 외국인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20일), 에스밀 로저스(24일)가 차례로 웨이버 공시된 상황에서 로사리오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적응 힘들때 의자 활용한 훈련 큰 도움
쇼다 코치가 정확하게 치는 비법 조언
타격폼 변화 후 변화구 대처능력 향상

로사리오는 올 시즌 68경기에서 타율 0.323(263타수85안타), 16홈런, 60타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에서도 타율 0.341(82타수28안타), 2홈런, 39타점으로 클러치 능력을 선보였다. 포수 출신이고 몸집이 커 한없이 느릴 것 같은데, 거침없는 주루플레이로 상대 야수들을 긴장시킨다. 상황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뛰고, 불평 없이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에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초구(타율 0.541), 2구(0.465)부터 빠르게 승부하는 건 로사리오의 또 다른 매력. 올 시즌 홈런의 62.5%(10개)를 2구 이내에 때려냈다. 또 홈경기에서 타율 0.385로 강하다 보니(원정타율 0.263)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25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로사리오를 만났다. 훈련 직후 구슬땀을 흘리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로사리오는 차분하게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그라운드에서 보던 파이팅 넘치는 모습과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한국행은 또 다른 도전, 매일 새로운 것 배운다


-한국행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또 다른 도전이었다. 아직 어리기에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ML와는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 왔다. KBO리그 투수들은 변화구를 잘 던진다. 변화구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온 것도 맞다. 2∼3년 뒤 한국에 남아 있을지 ML에서 뛰고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우승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화와 야구 스타일이 다르고, 훈련량이 미국에 비해 많지만 하루하루가 즐겁다. 팬들도 야구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한다.”


-KBO리그 투수들을 상대해 보니 ML 시절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ML에선 155km(97마일)가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흔하다. 반면 한국 투수들의 평균구속은 146∼148km(91∼92마일)이고, 직구보다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한다. 내가 직구에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변화구 승부가 많이 들어온다. 카운트에 관계없이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에 잘 던지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스트라이크존도 ML와 차이가 있어 적응해 나가야 한다. 크게 보면 한국은 변화구, 미국은 강속구 위주의 리그다.”


-상대해 본 투수 중 누가 인상적이었나.

“다들 변화구를 잘 던지는데, 삼성의 우완 사이드암 심창민의 슬라이더가 인상적이었다.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도 좋더라. 그 선수 때문에 내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웃음) (로사리오는 올 시즌 심창민을 상대로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지만, 삼진을 3개나 당했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야구는 도미니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보고 즐긴다. 처음에는 재미로만 야구를 했는데, TV를 통해 ML의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을 보고 ‘저 선수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ML에 진출한 나를 보며 도미니카를 대표하는 선수로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꿈을 갖고 열심히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메이저리거가 됐다. 꿈을 이룬 것이다.”


-도미니카 출신 선수 중 롤 모델이 있다면.

“매니 라미레즈다. 정말 대단한 타자다. 홈런도 많이 쳤고, 접전 상황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리곤 했다. 강한 인상을 받았다.”(라미레즈는 빅리그 통산 2302경기에서 타율 0.312, 555홈런, 1831타점을 기록했고, 12차례 올스타 선정, 9차례 실버슬러거 수상이라는 업적을 남긴 강타자다)

한화 로사리오. 스포츠동아DB



로사리오를 바꾼 2가지, 쇼다 코치와 빨간 의자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빨간 의자에 앉아 스윙하는 훈련을 한 뒤 타격감이 살아났다. 누가 제안했고, 무엇을 위한 훈련이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지금은 완벽하진 않지만 많이 적응했다. 사실 도미니카에서 내가 14∼15살때 처음 시작한 훈련이다. 한화의 실내연습장(용진관)에 갔을 때 빨간 의자가 눈에 띄어 쇼다 고죠 코치에게 내 경험을 설명하고, 의자를 활용한 훈련을 제안했다. 쇼다 코치도 흔쾌히 수락했다. 투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고, 스윙 궤적을 잡아주는 훈련이다. 변화구 대처 능력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튜브로 다리를 묶어놓고 벌어지지 않게끔 연습한 것도 좋았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에는 무조건 홈런을 많이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쇼다 코치는 정확도가 높은 타자였다.(일본프로야구 통산 1565경기 타율 0.287, 44홈런, 391타점, 146도루·1987∼1988년 센트럴리그 타격왕) 로사리오는 장타를 많이 치는 타자다. 둘의 타격 스타일이 다른데, 무척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쇼다 코치와 나의 차이는 홈런이다. 쇼다 코치는 정확한 타격이 강점인 선수였다. 홈런타자는 풀스윙이 많아 그만큼 삼진도 늘어나는데, 정확한 타격을 하는 선수는 삼진이 적다. 또 정확한 타격을 하는 타자들은 타격폼이 한층 안정돼있다. 그만큼 공을 집중해서 볼 수 있다. 쇼다 코치는 나보다 경험이 많다. 내가 타격폼을 정립하고, 타격 시 일정한 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스윙할 때 폼이 무너지는 부분도 잡아줬다. 연습하면서 많이 배운다. 쇼다 코치는 정말 멋진 분이다.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줄 유일한 코치다.”


-한국 생활 첫해다. 가장 힘이 되는 존재는.

“이복형 모이세스 파비안이다. 형은 항상 나와 함께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그 자체로 큰 힘이 된다. 또 나는 11년간 타지 생활을 했다. 익숙하다. 적응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한국 팬들에게 ‘겸손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홈과 원정 타율이 차이가 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홈경기가 더 편한 건 사실이다.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연습할 시간도 많다. 익숙한 집에서 자고,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것, 팬들의 뜨거운 응원은 큰 힘이 된다. 원정경기 때는 이동거리가 길고, 상대 팀보다 훈련시간도 적어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KBO리그는 물론 ML에서도 2구 이내 빠른 공략 시 결과가 좋았다.

“내 스타일이 그렇다. 물론 상대 투수와 경기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빠른 카운트에 공략하려고 의식하기보다 단순하게 매 타석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한다.”


-한국 팬들에게 어떤 야구를 보여주고 싶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한국 선수들과 팬들에게 존경받는 선수,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귀가 후에도 ‘로사리오가 오늘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하게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상 겸손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한화 로사리오?

생년월일=
1989년 2월 23일
키·몸무게=
180cm·100kg
한화 입단=
2016년(계약금 30만 달러·연봉 100만 달러)
2016시즌 성적=
68경기 타율 0.323(263타수 85안타) 16홈런 60타점(27일 현재)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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