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야 산다” KBS 신인개그맨 시험장 가보니…

입력 2016-06-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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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기를! KBS 31기 코미디 연기자 선발 실기전형이 열린 2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 앞 풍경. 이른 아침부터 응시자들이 긴장감을 빚어냈다.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 KBS 코미디언 실기 시험장 가보니…


460명 실기 2시간 전부터 맹연습
응시자 상당수가 연극무대 경험
조준희 PD “끼·발전가능성 중점”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은 경찰복, 소복, 만화 캐릭터 복장 등 다양한 차림을 한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들은 제각각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드러내거나 입을 푸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지켜보는 이의 시선에선 웃음이 나왔지만 정작 이들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한껏 묻어났다.

미래의 스타 개그맨을 꿈꾸며 모여든 수험생들이다. KBS 31기 코미디 연기자 선발 2차 실기전형에 나섰다. 응시자 주모(29)씨는 “시험 시작 시각은 9시30분이지만 오전 7시30분에 이 곳에 도착했다”면서 “나보다 더 일찍 나온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비지땀…, 아쉬움…, 그리고…

KBS는 6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원서를 접수한 850명 가운데 460명을 꼽아 이날 1차 실기전형을 실시했다. 응시자들은 수험장인 분장실과 교향악단실에서 KBS 예능국 소속 PD와 작가로 구성된 모두 10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그동안 땀 흘리며 준비했던 기량을 펼쳐보였다. 수험장 안에서는 응시자들의 요란한 웃음소리와 성대모사, 노래 등이 흘러나왔다. 한 응시자당 2분가량의 짧은 시간이 주어지고 이들은 노력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먼저 시험을 치른 많은 응시자들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수험장을 빠져나온 정희만(28)씨는 “첫 대사부터 꼬여 실력 발휘를 못했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시험을 치른 정씨는 “올해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꾸미려 많이 노력했다”면서 자신의 실수가 못내 뼈아픈 표정이다.

상당수 응시자는 연극 극단에서 활동하는 이들끼리 서로 도우미를 자처하며 동료의 무대를 돕기도 했다. 실제 30기 KBS 공채 합격자 8명 중 7명이 극단 출신. 도우미 역할을 잘한 덕에 자신의 차례에 기량을 얹어 합격한 사례도 심심찮아 이들은 화장실에서 수차례 의상을 갈아입으며 준비하기에 바빴다. 도우미 역할에 나서며 허름한 잠옷을 준비한 이도희(21)씨는 “경기도 안성의 한 시장에서 낡은 옷을 샀다”며 웃었다.

아무리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무대. 개그맨 임종혁은 “테이프가 T자로 붙여진 뒤에서 연기하면 된다. 자신감을 가지라”며 수험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개그맨이 된 장하나가 전한 조언은 “자신감”이었다. 수험장 문을 열자마자 바로 무대를 선보였다는 그는 “돈을 노리고 거짓말하는 전라도 아줌마 연기를 했다. 지난해 시험 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KBS 31기 코미디 연기자 선발 2차 실기시험장.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 “끼와 발전가능성이 가장 중요”

460명의 지원자들의 기량을 모두 살펴봐야 하는 심사위원들도 진이 빠지긴 마찬가지다. 오전 심사를 마친 KBS 2TV ‘개그콘서트’ 조준희 PD는 “이렇게 몇 시간씩 하다보면 심사위원들도 힘들다”며 “아마추어들이어서 끼와 발전가능성을 먼저 본다”고 말했다.

그렇게 끼와 발전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날 실기전형에서 합격한 응시자는 모두 89명. 합격자 한준서(29)씨는 “소극장에서 오랜 기간 공연을 해왔다. 실기전형에서 나를 잘 보여준 것 같다. 심사위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았다”면서 다음 전형에서는 대본과 개인기를 더 다듬어 심사위원이 요구하는 연기도 제대로 선보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이제 30일 진행되는 2차 실기전형을 치른다. 이후 합격자가 되면 최종면접에 응한다. KBS는 바로 그 다음날인 7월1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들의 꿈은 7월4일부터 현실이 된다.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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