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냥’ 안성기, 59년차 ‘국민배우’는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입력 2016-07-08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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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국민’이 들어간 게 많아졌잖아요. 90년대 초에 ‘국민배우’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어요.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처음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아직도 어색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해요. (웃음) 단지 지금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한 작품씩 해 나간다면 제 몫을 다 하는 거라 생각해요.”

배우 안성기에게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은 아직도 어색한 단어다. 지난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래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어느덧 안성기라는 배우는 한국 영화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이름이 됐다.

최근 출연한 영화 ‘사냥’은 배우 안성기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자극제가 됐다. ‘사냥’은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맥을 독차지하려는 엽사 무리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사냥꾼 기성의 긴박한 추격전을 그린 영화. 안성기는 과거 광산 붕괴 사고로 동료를 잃은 충격 이후 사냥에 매진하며 살아가는 기성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전체적으로 다 끌렸어요. 일단 캐릭터 이름도 제 이름을 거꾸로 하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시나리오 제작을 하면서 저를 생각하고 썼다더군요. 그래서 무언가 모를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외모적으로도 안 해 본 모습이기도 하고 마치 짐승 같은 모습이 상상이 되니까 너무 좋았어요. 이런 헤어스타일 언제 해보겠어요.”

영화 자체가 사냥꾼을 소재로 한 설정이었기에 액션신은 필수였다.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소화한 것은 물론 사격 연습까지 하며 작품 완성에 만전을 기했다. 산에서 추격신을 찍을 때는 출연진들이 구토를 할 정도로 촬영 강도가 엄청났다.

“액션신을 소화할 때 큰 지장 없었어요. 단기간에 몸을 만든 건 아니고 꾸준히 운동을 했어요. 운동한지 거의 40년은 됐거든요. 그래서 좀 수월 했나 봐요. 현장에서는 전부 다 힘들어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미안했어요. ‘나도 힘들다 못 하겠다 쉬었다 하자’면 좋았을 텐데 전 안 힘들었거든요. 그런 데에서 장난스러운 쾌감도 약간 느꼈어요. (웃음)”


긴박감 넘치는 사냥의 모든 촬영분의 대부분은 산에서 이뤄졌다. 촬영기간 내내 배우들은 산 속 악천후는 물론 매서운 추위와 싸워야만 했다. 심지어 극중 엽사들은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서로 먼저 죽고 싶어 했다는 후문도 나왔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촬영이 힘드니까 농담 삼아 한 말이겠죠. 비 오는 날 저녁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촬영 당시가 11월 초인데 비가 장마처럼 쏟아졌거든요. 계곡 장면을 찍을 때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수온이 엄청 차가워서 저랑 조진웅 씨가 고생 좀 했죠. 육체적으로 고되기는 했지만 크게 괴롭지는 않았어요.”

안성기는 올해 6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화끈한 액션연기를 선보였다. 극중 람보를 연상케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다들 ‘고뇌하는 람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보통 나이가 있는 배우들은 작품에서 액션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기 어렵죠. 근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순수하게 다양한 액션을 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새로웠어요. 그래서 힘들게 뛰면서도 정말 행복했어요. 이번 영화를 같이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했어요.”

그는 함께 영화에 참여한 후배 배우들도 언급했다. 대부분의 액션신을 고생하며 같이 찍은 조진웅과 권율, 한예리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조진웅 씨와 액션은 서로 여러 번 연습해서 합이 잘 맞았어요. 한예리 씨도 마찬가지죠. 기회가 된다면 한예리 씨를 업어 봐요. 아주 가뿐해요. 가벼워서 너무 고마웠어요. (웃음) 한예리 씨가 맡은 역은 멀쩡한 사람은 하기 힘들죠. 강원도 사투리에 사내스러움도 표현해야 했고요. 끝까지 집중해서 잘 해줘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59년 동안 영화계에 몸담아온 안성기는 현장에서 최고참이다. 하지만 안성기는 여전히 현장에서 새로운 배우들을 만날 생각에 심장이 두근댄다. 오랜 세월동안 배우로서 살아온 원동력은 바로 영화를 향한 뜨거운 애정 덕분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세월이죠. 근데 감각은 없어요. 언젠가는 죽을 텐데, 지금은 죽을 것 같지 않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작품을 할 수 있으니까 그 점에 감사해요. 아무래도 꾸준히 영화를 사랑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영화 현장에 있을 때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거든요. 새로운 배우들과의 만남도 굉장히 소중해요.”

안성기는 차기작으로 ‘워낭소리’를 연출한 이충렬 감독의 ‘매미소리’를 택했다. 다시래기꾼으로 살면서 무형문화재 전수자가 되고자 외길 인생을 고집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진도 다시래기라는 무형문화제를 다룬 영화예요. 상갓집에 다니면서 상가의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죠. 전라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소리도 배워야 해요. 또 다른 작품도 준비 중인데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어요. 평소에 늘 좋은 작품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다음 작품은 어떤 영화가 될지 기대가 되네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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