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말년 병장도 뛴다! 달라진 상주상무

입력 2016-07-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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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조진호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시즌 전엔 ‘강등 0순위’ 모래알 팀
조진호 감독, 개개인에 동기 부여
최근 8경기 6승 2패 ‘뜨거운 여름’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차지해 올해 클래식(1부리그) 무대를 2번째로 밟았지만, 시즌 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2013년 챌린지 1위로 이듬해 클래식 무대에 처음 진출했을 때도 꼴찌에 그쳐 바로 강등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군팀의 특성상 당연히 외국인선수 한 명 없다. 더욱이 각자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돌아갈 곳이 있는 선수들에게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과거보다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한 것도 아니다. 원 소속구단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는 이용, 박진포 등 2∼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2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쟁쟁한 기업구단들과의 경쟁에서도 당당히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상주상무의 선전이 놀랍다. 21라운드까지 마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에서 10승2무9패로 5위에 올라있다. 20일 수원삼성에 0-1로 패했지만, 최근 8경기 6승2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39득점으로 클래식 선두 전북현대, 2위 FC서울과 함께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득점분포 역시 고르다. 박기동, 박준태에 이어 임상협까지 나란히 7골씩을 터트렸고, 김성환이 6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강등 0순위’라는 시즌 전 예상을 무색케 하는 상주의 변신에는 지난해 12월 부임한 조진호(43) 감독의 힘이 크다. 지난 동계훈련을 소화할 때만 해도 ‘모래알 팀’이었다. 선수들의 개성 또한 뚜렷했다. 조 감독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응집력을 키우기 위해 고민했다. 역설적으로 팀이 아닌 개인에서 답을 찾았고, 묘하게 이것이 팀을 강하게 만든 밑바탕이 됐다. 조 감독은 “여기서 잘하면 원 소속팀으로 복귀해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한 번이라도 더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도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며 선수들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꾸준히 동기를 부여했다. 상주의 반전 비결이다. ‘말년 병장’이 제대를 준비하던 매년 여름이면 성적이 내리막길을 타던 상주가 올해는 유독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원동력이다.

28라운드가 끝나는 9월 말이면 박준태, 임상협, 이용, 박기동, 박진포 등 무려 18명이 제대한다. 첫 상위 스플릿(1∼6위) 진입을 넘어 선두권까지 노리는 조 감독은 이들이 있을 때 최대한 승점을 확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렇다고 29라운드 이후 맥없이 주저앉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후임병’들이 착실히 실력을 다지고 있어 그 때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조 감독은 “상주는 군팀다워야 한다. 질 때 지더라도 매너 있게 지자고,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한다”며 “선수들이 즐겁게 축구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 제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과거 상주는 선수들에게 ‘시간 때우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군대 다녀와야 사람 된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하는 상주의 2016년 행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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