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실제로 스크린 밖에서 본 김현수는 딱 제 나이에 맞는 열일곱 여고생 같았다. 시험 이야기에 부끄러워하는가 하면 전학 후 새 학교에서의 적응과 이사와 관련해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엄마가 이번에는 꼭 제 방을 만들어 준다고 약속했는데 안 될 것 같아요”라고 귀엽게 투덜대기도 했다. 이 얼마나 10대 소녀다운 모습인가.
그러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사뭇 진지했다. 중학교 이후부터 연기에 대한 욕심과 고뇌가 커졌단다. “연기는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라는 소신도 굳건했다. 데뷔한지 이제 5년된 2000년생 여배우 김현수와의 인터뷰는 훨훨 날아오를 그의 20대, 30대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Q. ‘굿바이 싱글’이 흥행했어요. 주연배우로서 기쁨이 남다르겠어요.
A. 개봉 전에도 기대는 당연히 됐어요. 그래도 일찍 기대하면 안 되니까 기대 안하려고 노력했어요(웃음). 영화가 잘 돼서 좋아요.
Q. 그간 여주인공의 아역을 많이 소화했는데 ‘굿바이 싱글’에서는 아역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역할을 맡았어요.
A. 영화 ‘도가니’를 찍고 나서도 알아보는 분들이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 저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아역으로 알아봐요. 누군가의 아역을 연기할 때 극 전체를 다 끌고 가는 것보다 부담이 덜 돼요. 촬영 분량도 적고요. 그래도 (연기자로서) 제 몫을 하는 게 더 좋아요. 그렇게 해야 더 많은 걸 배우는 것 같고요. ‘굿바이 싱글’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Q. 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돼 화제가 됐죠.
A.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이 작품을 알게 됐어요. ‘도가니’도 그랬지만 ‘굿바이 싱글’이 사회적인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서 정말 좋았어요. 오디션은 3차까지 진행됐는데 그 기간이 길었어요. 확정 소식을 듣고 ‘내가 해냈구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부담이 컸죠. 대선배들과 함께 하는데다 같이 끌고 가야 하니까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이렇게 감독님과 많이 대화한 작품은 처음이에요.
Q. 김혜수 배우가 김현수 양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A. 스스로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현장에서 김혜수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영화에서 복도에서 제가 화내고 돌아서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할 때 감정 잡기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이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저를 기다려주셨어요. 정말 위로도 많이 받고 도움도 많았죠.
Q. 마동석 배우는 어땠나요. ‘살인자’ ‘더 파이브’에 이어 ‘굿바이 싱글’에서도 호흡을 맞췄죠.
A. 재밌는 분이에요. 세 번째 작품이어서 그런지 되게 편해요. 작품에서 뵙기 되게 힘들다던데 세 번이나 함께해서 감사해요.
Q. ‘굿바이 싱글’의 인연으로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어요. 김혜수 배우의 소속사인 동시에 ‘굿바이 싱글’ 제작사이기도 하죠.
A. 첫 소속사여서 많이 고민했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이유 중 하나가 소속사 선배들이에요. 평소 김혜수 송강호 신하균 이성민 등의 선배들의 팬이었거든요. ‘굿바이 싱글’ VIP 시사회 뒤풀이 장소에서 송강호 신하균 선배를 뵀어요. 이선균 선배는 영화 촬영장에 오셔서 만났고요. 악수만 했는데도 소녀 팬의 입장에서 정말 멋있었어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연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A. 처음부터 연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추억 만들기’ 겸 어린이 모델로 시작해서 작품을 하게 됐죠. 하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재밌었어요. 힘들어도 지치지는 않았어요. 초등학교 때는 멋모르고 했고요. 중학교 때는 제 연기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연기에 욕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Q. 중학교 때 욕심이 생겼다면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A. 꼭 예고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물론 예고에 가면 많이 배울 수 있겠죠. 그래도 현장에서 배우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학교까지 예고로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는 평범하게 다니고 있어요.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해요. 친구들도 편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요.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들도 있고요.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해요.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인데 어려워요(웃음).
Q. 그래도 학업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기 쉽지 않죠?
A. 작품을 하면 수업을 빠질 때가 있으니까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만들기 힘들더라고요. 같이 사우나도 가고 노래방도 가면서 놀러 다니고 싶은데 그 점이 아쉬워요.
Q. 학교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네? 하하. 고백 받아 본 적도 해본 적도 없어요. (이성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서 짝사랑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학교에서 남자친구도 사귀어 보고 싶어요. 수지로 이사가면서 전학 가게 됐는데 새 학교에 멋있는 친구가 있지 않을까 기대돼요. 그런데 낯가림을 심하게 해서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다니던 학교에서 친구들과 겨우 친해졌는데 새 학교에 적응해야 하니까 걱정돼요.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요. 항상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지는 시기겠네요.
A. 이미 연기를 저의 길로 정했어요. 연기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현장에서 배우니까 다른 과도 재밌을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도 생각해본 적 있고요.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인상 깊었어요. 그런데 지금 저의 상태(?)를 봤을 때는 연극영화과로 가야할 것 같아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또래 김유정 김소현 김새론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선의의 경쟁 상대죠.
A. 그 분들은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잖아요. 제가 비교될 정도의 입지는 아닌 것 같아요. 발전해야 하는 것도 많고 아직 멀었죠. 그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Q. 그러고 보니 또래와는 작품을 한 적이 거의 없네요.
A. 데뷔작인 ‘도가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또래와 함께한 작품이에요. 또래와 호흡 많이 맞춰보고 싶어요. 청춘 학원물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또래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A. 음…. 김혜수 선배가 출연해서 드라마 ‘시그널’을 봤는데 이제훈 선배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건축학개론’ 때도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같이 작품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멜로는 힘들 것 같고요. 남매로라도 호흡을 맞추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김현수 양이 꿈꾸는 ‘20대의 김현수’는 어떤 모습인가요.
A.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어요. 친구들과 기차 여행도 다니면서 많이 놀러 다니고 싶고요.
연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애드리브도 너무 어려워요. 앞으로 상대 배우가 어떻게 다가오든 재치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때가 오겠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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