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리우] “친구야, 옛 정은 잠시 접자”…리우의 영웅은 나!

입력 2016-08-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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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올림픽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태극전사들의 라이벌 스토리

손흥민, 한솥밥 친구 벤더와 격돌
김연경-기무라, 다시한번 숙명전
박태환-쑨양, ‘영원한 맞수’ 대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6∼22일·한국시간)에는 인연과 악연이 공존한다. 라이벌과의 피할 수 없는 승부에서 웃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선의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각 종목을 대표해 리우 현지에 입성한 태극전사·낭자들이 4년을 준비해온 마지막 결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 리우는 과연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손흥민vs라스 벤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C조)에서 피지, 독일, 멕시코와 차례로 격돌한다. 신 감독은 8강 진출의 최대 분수령으로 독일과의 2차전을 꼽는다. 여기서 승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각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 획득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독일이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뽑은 선수들이 한때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손흥민(토트넘)과 라스 벤더(레버쿠젠)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깊은 친분을 쌓았다. 둘의 인연은 지난해 7월 막을 내렸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진행된 동료의 이적에 대해 벤더는 “더 이상 손흥민은 우리 식구가 아니다”는 표현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후의 행보는 엇갈렸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고전한 반면 벤더는 레버쿠젠의 캡틴으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래도 좀더 주목을 받는 쪽은 손흥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미국의 유명 스포츠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손흥민을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주목할 스타들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올림픽 리듬체조대표 손연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올림픽 리듬체조대표 손연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손연재vs리자트디노바

2012런던올림픽에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는 5위에 올라 가능성을 입증했다. 4년이 흘렀다. 리우올림픽은 선수로서 마지막 꿈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러시아의 ‘도핑 파문’이 일었을 때, 국내에서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손연재의 메달 경쟁 때문이다. 2000시드니올림픽부터 런던올림픽까지 4회 연속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러시아는 리우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들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랭킹 공동 1위 야나 쿠드랍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은 큰 이변이 없는 한 금·은메달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3위를 놓고 손연재와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가 접전을 벌인다. 런던에서 10위에 머문 리자트디노바는 이후 꾸준히 기량을 키웠고, 손연재에게 여러 차례 아픔을 안겼다. 그러나 올림픽은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 여느 대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압박감이 엄청나다. 당일 컨디션을 극대화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연재는 프로그램의 난도를 높이는 대신 체력과 부상을 관리하며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한 손연재의 ‘마지막 승부’는 어떻게 될까.

올림픽 여자배구대표 김연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올림픽 여자배구대표 김연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연경vs기무라 사오리

런던에서 한국여자배구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바닥난 체력으로 버티고 또 버텼지만, 끝내 4위에 그쳤다. 동메달을 가져간 것은 일본이었다. 그러나 아픔은 한 번으로 족하다. 또 기회가 열렸다.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은 리우에서 조별리그 1차전부터 만난다. 양국 에이스들의 대결이 시선을 끈다. 김연경과 기무라 사오리다. 레프트 포지션의 전천후 공격수인 둘의 비중은 상당하다. 이름값이야 이미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은 김연경이 훨씬 높지만, 대표팀 전체로 보면 우리가 열세다. 역대전적 49승86패로 크게 뒤진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팽팽하다. 2000년 이후 올림픽 세계예선 전적에서 한국이 3승2패로 조금 앞선다. 김연경은 엄청난 무기다. 다양한 루트에서 포인트를 확보한다. 또 다른 효과도 있다. 아무래도 상대의 주포에 수비가 몰리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얻는 찬스의 빈도가 높아진다. 기무라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확실한 카드다. 공격과 수비에 두루 능한 데다, 베테랑으로서 구심점 역할도 한다. 우려했던 손가락 부상에서도 회복됐다. 외부에는 “아직 몸이 완전치 않다”고 했지만, 이미 첫 소집부터 꾸준히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남자수영대표 박태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올림픽 남자수영대표 박태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박태환vs쑨양

수영 남자 자유형 400m가 주종목인 박태환과 쑨양(중국)은 영원한 맞수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1상하이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이 이겼지만, 2012런던올림픽과 2014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잇달아 패했다. 시련의 시작이었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 직후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내린 1년 6개월의 자격정지 징계에서 풀린 뒤에도 대표팀 복귀를 놓고 체육계와 한참 갈등을 빚다가 대회가 임박해서야 기사회생했다. 쑨양의 행보도 순탄치 않았다. 자국 대회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발가락 부상 등 악재가 겹쳤다. 물론 상황은 좀 다르다. 쑨양은 자격정지 기간이 3개월에 불과했고, 부상치료 중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면제받는 등 국가 차원에서 각별하게 대접받았지만 박태환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올 시즌 기록에서도 쑨양이 조금 앞선다. 맥 호튼(호주)이 3분41초65로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쑨양이 3분43초55로 2위다. 3분44초26의 박태환은 6위. 1일 현지에 입성한 둘은 전 세계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선수로는 마지막이 될지 모를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은 7일 오전 펼쳐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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