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벅 쇼월터 감독이 이끄는 볼티모어는 이날까지 올 시즌 158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3년 연속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을 배출한 팀답게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가 무려 7명이나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허약한 선발진은 볼티모어의 아킬레스건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찬가지로 볼티모어는 2012년 이후 짝수해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2년에 93승, 2014년에는 96승을 올렸다.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를 차지한 2014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 진출했지만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4전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마운드의 높이에서 밀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번 시즌 볼티모어는 현재 페이스라면 93승을 올릴 전망이어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하지만 선발진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나 디비전시리즈 통과가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 초라한 전력 보강
메이저리그는 2일 트레이드가 마감(원래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현지 날짜로 7월31일이지만, 올해는 일요일이어서 현지 날짜로 8월1일로 하루 연기)됐지만 볼티모어는 이렇다 할 전력보강에 실패했다. 좌완투수 웨이드 마일리(29)와 유틸리티 플레이어 스티브 피어스(33)가 가세한 것이 전부다.
우선 마일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볼티모어 선발진에 좌완투수가 없기 때문에 마일리의 가세는 일단 보탬이 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으로는 마일리에 대해 ‘또 다른 우발도 히메네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공존한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9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승8패(방어율 4.98)에 그쳤기 때문이다. 투수 중 팀 내 최고 연봉을 받지만 5승9패(방어율 7.06)의 부진한 성적 때문에 불펜으로 강등된 히메네스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영입한 피어스는 내야 백업요원이다. 30경기에 1루수로 출전한 것을 비롯해 2루수로 14경기, 3루수로 2경기, 지명타자로 12경기에 나섰다. 타율 0.309에 홈런도 10개를 기록했다. 특히 좌투수에게 타율 0.377에 강한 면모를 보여 경기 막판 대타로 기용될 공산이 크다. 주로 우투수가 나오는 경기에 주전으로 나오고 있는 김현수의 출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딜란 번디.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번디의 재발견
우승을 노리는 팀에 트레이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난해 캔자스시티는 2루수 벤 조브리스트와 선발투수 조니 쿠에토를 영입하며 30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텍사스 레인저스도 마찬가지다. 콜 해멀스와 제이크 디크먼으로 마운드를 보강해 디비전 우승에 성공했다.
올 시즌에는 시카고 컵스가 아롤디스 차프만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앤드루 밀러를 보강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보스턴은 드루 포모랜츠와 브래드 지글러로 마운드를 보강했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LA 다저스는 좌완투수 리치 힐을 영입해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팜 시스템이 약한데다 자금력도 넉넉하지 못한 볼티모어는 특급투수 영입을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댄 두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불펜투수로만 활약하던 딜란 번디(23)의 선발 전향이었다. 2011년 1라운드에서 40번째로 지명된 번디는 2013년 6월에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어깨가 아파 8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온갖 시련을 겪었다. 드래프트 동기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개럿 콜(1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트레버 바우어(3번), 마이애미 말린스의 호세 페르난데스(14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소니 그레이(18번) 등이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3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번디는 다르빗슈 유를 능가하는 눈부신 피칭을 선보여 홈 팬들의 기립박수 세례를 받았다. 6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가는 등 7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4번째 승리(3패)를 챙겼다. 최근 10경기에서 번디의 방어율은 1.78에 불과하다. 이닝당출루허용(WHIP)도 0.93으로 매우 뛰어나 쇼월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번디의 성장은 에이스 크리스 틸먼(14승3패·방어율 3.46) 외에 믿음직한 선발투수가 전무한 볼티모어로서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한 오아시스와 다름없다. 볼티모어는 1983년에 팀 역사상 세 번째로 정상에 오른 후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스타일을 택한 볼티모어의 올 시즌 최종 성적표가 궁금하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