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훔치기? 오해가 억울한 KIA 서동욱

입력 2016-08-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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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서동욱.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내야수 서동욱(32)이 노력 탓에 억울한 오해를 받았다.

서동욱은 11일 고척 넥센전 이후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 이날 수비 도중 2루수 서동욱이 상대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몇 차례 팔을 드는 행동을 한 게 출발이었다. 공교롭게도 서동욱이 팔을 들 때마다 주자가 뛰었고, 이에 주목한 중계진이 ‘서동욱이 주루코치의 동작을 파악한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을 나눴다.

넥센은 시즌 개막 직후인 4월6일, KIA로 조건 없이 이적한 서동욱의 친정팀이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그가 ‘친정팀’의 사인을 훔쳤다는 오해가 번졌다. 중계진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만약 3루 주루 코치 동작을 캐치했더라도 사인 훔치기가 아닌 매우 센스 있고 영리한 플레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서동욱은 넥센 벤치의 사인을 본 게 아니었다. 2루에서 1루 주자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2루수로 꾸준한 출전기회를 얻으면서 수비 과정에서 주자의 작은 동작까지 캐치할 만큼 ‘시야’가 넓어진 셈이다. 실제로 서동욱은 이날 기자와 만나 “데뷔 초창기엔 투수를 보며 수비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1루 주자를 보며 수비를 시작한다. LG 때부터 그랬다. 뛸 때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주자의 스킵동작과 진짜 2루로 뛰는 동작의 미세한 차이를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눈을 이용해 주자가 뛰는 게 확실하다는 판단이 설 때 투·포수에게 이를 환기시켜준 것이다.
친정팀 넥센전 외에도 2루 수비 도중 그가 손을 드는 장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온 습관이고, 다른 팀 상대로도 매우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만약 서동욱이 주루코치의 사인을 본다고 해도 ‘훔치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특정선수가 트레이드될 경우, 그 팀은 당연히 사인 체계를 손본다. 사인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한 주루코치의 사인은 복잡해 보이지만, ‘진짜 사인’을 알리는 동작의 위치와 순서는 매 경기 바뀐다. 심지어 경기 중에도 바꾸는 일이 있다. 이는 매일 미팅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해당 팀 소속 선수 외엔 캐치해내기 힘들다. 누상에 나간 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훔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다.

서동욱은 어느새 KIA에 없어서는 안 될, 주전 내야수로 성장했다. 친정팀 팬들의 비난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이튿날인 12일 경기 중계를 맡은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주자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체크한 서동욱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언급하며 오해를 푸는데 힘을 보탰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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