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音담잡담] 하필 광복절에 욱일기 논란…티파니, 무지도 죄!

입력 2016-08-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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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소녀시대 ‘티파니’. 동아닷컴DB

걸그룹 소녀시대 ‘티파니’. 동아닷컴DB

전기가 발명된 이래, 인류의 낮은 길어졌다. 밤이 환해진 때문이다. 빛에 익숙한 사람들은 잠시의 정전에도 깜짝 놀란다. 만약 35년 동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살다 빛을 만난다면 어떨까. 그 빛을 찾은 날을 기리기 위해 매년 기억하고 다시는 빛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광복절(光復節)’. 우리나라가 일제에 빼앗겼던 주권을 다시 찾은 날, 매년 8월15일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바로 ‘빛을 회복한 날’이다. 35년간 빛을 잃게 한 당시의 일제 식민의 아픔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역사이다.

일본은 당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욱일기를 앞세웠다. 욱일기는 우리의 말과 글과 이름을 앗아간 총이며 칼이다. 14일 그룹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일본에서 소속 가수들의 합동공연을 마친 뒤 SNS에 사용한 바로 그 문양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서로 교류하는 우호국일지 모르지만, ‘일제시대의 일본’은 타협할 대상은 아니다. 티파니의 SNS를 보고 전국이 들썩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욱일기 사건’은, 불행히도, 연예계에서 심심치 않게 접했던 사건이다. 빅뱅 탑이나 걸스데이 혜리도 한때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충분한 ‘경고’가 됐을 법한데도 또 불거지고 말았다. 그것도 광복절에.

여러 번 이해하고 양보해 미국에서 자라난 티파니가 욱일기 문양을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티파니는 한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인기 걸그룹의 멤버이며, 10년차 가수이다. 더구나 2009년 ‘소원을 말해봐’ 활동을 앞두고 공개한 재킷 사진에 삽입된 전투기가 일제의 그것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으로 앨범 발표를 연기하고 수정하는 해프닝을 겪은 바 있다. 최근 어느 걸그룹 멤버는 안중근을 몰라본 죄로 비난을 받았고, 이에 역사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왔다.

티파니는 논란 직후 “이렇게 소중하고 뜻 깊은 날에 제 실수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실수’로 지나가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이제는 ‘문화권력’이 되어버린 아이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몰랐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무지는 잘못의 원인이며 죄일 수 있다.” 13세기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무지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잘못의 원인일 수 있다고 봤다. 무지도 때로는 죄가 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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