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같았던’ 오혜리의 금빛 내려찍기

입력 2016-08-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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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여자태권도 67kg급 금메달리스트 오혜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인자’ ‘국내용’ 꼬리표 한방에 날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대표팀의 2번째 금메달은 오혜리(28·춘천시청)의 차지였다. ‘2인자’, ‘국내용’ 등 수많은 꼬리표를 한방에 제거한 금메달이었다.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은 한국의 메달밭이었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이선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황경선(고양시청)이 2004아테네올림픽 동메달, 2008베이징올림픽·2012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친 적이 없는 종목이다. 이는 올림픽을 처음 경험하는 오혜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 여자 67kg급에는 세계랭킹 1위 하비 니아레(프랑스)를 비롯해 좡자자(대만), 누르 타타르(터키) 등 강자들이 즐비한 까닭에 더욱 그랬다.

오혜리는 또 대표팀 동료들과 견줘 덜 알려진 선수였다. 남자 68kg급 이대훈(2012년 은메달), 80kg 이상급 차동민(2008년 금메달)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다. 여자 49kg급 김소희, 남자 58kg급 김태훈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오혜리는 2011경주·2015첼랴빈스크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팬들의 관심이 높은 대회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특히 새로 도입된 전자 헤드기어는 내려찍기가 주특기인 그녀에게 매우 이상적 시스템이었다. 발이 스치기만 해도 득점과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오혜리는 20일(한국시간) 카리오카 체육관 3관에서 벌어진 여자 67kg급 16강전부터 결승전까지 머리공격을 7차례(21득점)나 성공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혹평도 뒤집었다.

특유의 낙천적 성격도 한몫했다. 부상 등 과거의 실패를 ‘내 탓’으로 돌렸다. 이번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뒤에는 “후회 없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약속을 실천으로 옮겼다. 매트 위에서 거침없는 발차기로 환호를 이끌어냈다. 특히 니아레와의 결승전에선 이번 올림픽에 새로 도입된 ‘몸통 돌려차기’로 3점을 따냈다. 이는 ‘준비된 금메달리스트’임을 보여준 단면이었다. 오혜리를 따라다니던 꼬리표는 올림픽 챔피언으로 거듭나기 위한 ‘알을 깨는 아픔’ 중 하나에 불과했다.


오혜리

▲생년월일=1988년 4월 30일
▲키·몸무게=180cm·67kg
▲출신교=강원체고∼한국체대
▲소속=춘천시청
▲세계랭킹=6위
▲수상 내역=2011경주세계선수권 은메달, 2015첼랴빈스크세계선수권 금메달,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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