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김수현 월드의 딜레마, 배우는 ‘좋아요’-시청자는 ‘싫어요’

입력 2016-08-23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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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의 법칙] 김수현 월드의 딜레마, 배우는 ‘좋아요’-시청자는 ‘싫어요’

최근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가 종영을 맞은 가운데 김수현 작가의 세계관이 의심을 받고 있다.

‘그래 그런거야’는 올해 설 명절 당시 SBS 차원에서 ‘그래 그런거야 비긴즈’라는 특집 방송까지 편성하며 기대를 걸었던 작품이다. 특히 ‘사랑과 야망’,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등을 집필했던 스타 작가 김수현과 그의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뭉쳐 만든 드라마이기에 ‘김수현 파워’가 여전한지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 그런거야’의 시청률은 상상 이상으로 탄력을 받지 못했다. 첫 회 4%대(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극 중반에 들어서 8~10%대에 진입했다. 꼭 드라마 콘텐츠의 성공을 시청률로만 판단할 순 없겠으나 이 같은 결과는 김수현 작가에 명성에 흠집을 낸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같은 김수현 작가의 부진은 전작에서부터 조금씩 예견이 되어 왔던 부분이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경우 방송가에서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 맞느냐’고 할 정도로 난해한 전개를 펼쳐 혹평을 받았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현 작가에 대한 배우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원로 배우인 이순재 역시 김수현 작가를 ‘선생’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막장 드라마 일색의 요즘 세태와는 다른 길을 가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는 젊은 배우들 역시 “작가님의 작품에 출연하게 돼 많이 배웠고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는 말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단순히 상황을 이해하고 대사를 외우는 것만으로는 대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김수현 대본을 읽은 배우들의 공통된 대답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심오하고 문학적이며 막장 요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김수현 월드’는 왜 갑자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 애드리브란 정말 제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배우의 자유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그만큼 굳건한 김수현 작가의 세계관에 일반 대중이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또한 일부 연예 관계자들은 “김수현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사 톤과 속도라는 것이 있다. ‘그래 그런거야’의 부진에 대해 몇몇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지만 그것보다 몇몇 대사만 듣고도 김수현 작가의 작품임을 아는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김수현 작가가 ‘세결여’, ‘천일의 약속’, ‘인생은 아름다워’, ‘엄마가 뿔났다’ 등을 통해 지속해 온 꾸준한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중을 상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로서 본인의 세계관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알았을 때 이 업계의 대가(大家)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진 | 스포츠동아DB, 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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