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이 ‘닥터스’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4가지 이유

입력 2016-08-2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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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닥터스’. 사진제공|SBS

23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는 김래원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근래 장르물 드라마 ‘펀치’, 액션영화 ‘강남 1970’ 등 줄곧 로맨스 코미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 그가 다시 로맨스 코미디로 돌아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래원은 “애초에 시작했던 것도,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린 것도 로맨스 코미디였다”며 “굳이 피한 건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했다. 그런데 머릿속에 그렸던 대로 잘 간 것 같다”고 웃었다.

‘닥터스’에서 김래원이 다시금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실제 아홉 살 차이를 극복하고 극중 박신혜와 좋은 연기호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그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 김래원·박신혜, 배려가 깊은 연기 스타일

김래원은 최근 후배를 혼냈던 일화를 소개했다. 한 후배가 “저는 방송 볼 때 시간도 없는데 저 나오는 것만 본다”고 했을 때, “드라마의 나머지 내용도 많이 봐야 연기호흡도 잘 맞추고 연출진에서 어떤 걸 원하는지 찾을 수 있다”고 충고했단다.

박신혜와 연기 호흡이 좋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김래원은 “서로 상대를 배려하고 많이 맞춰주려고 한 것”을 꼽았다. 연기생활을 하면서 혼자서만 빛나려고 자기 연기만 하는 배우도 숱하게 봐왔던 그였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연기에만 충실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안 본다. 일단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것을 생각했을 때 (박)신혜 양은 멀리 보는 거고 똑똑했다. 나 역시 상대방과 같이 호흡하려고 했다.”


● 여러 장치가 잘 돼 있었던 대본

김래원은 스스로 “대본을 많이 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처음 읽을 때는 자신의 역할 입장에서 보고, 그 후에 연출자는 어떻게 봤을까 생각하고, 이번 회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런 그가 “작가가 쓴 대본에 기본적으로 ‘케미’를 살릴 수 있는 장치들이 잘 구현돼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좋은 대본에 때론 자신이 덧붙여서 큰 반향을 이끌기도 했다. 극중 박신혜를 향해 “결혼했니? 애인 있어? 됐다 그럼”라고 했던 것도 짧은 한마디이지만 단어 순서를 직접 바꿨다.

“그 장면만 보면 나는 ‘상남자’이었다. 쭈뼛쭈뼛하고 눈도 못 쳐다보고, 한마디 한마디 던지는 것이었는데 내가 그냥 바꿔서 연기했다. 난 내가 바꿔서 연기해서 잘됐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웃음)”


● 김래원의 자기 최면, 기운

김래원은 ‘닥터스’에서 빗속에서 박신혜와 함께 춤을 추다가 키스하는 장면 등을 비롯해 여러 장면에서 어설프고 엉거주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그는 “자기최면”때문이라고 했다.

“첫 키스할 때나 비 맞으면서 키스할 때 노력을 많이 했다. 설레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박신혜에 대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아침부터 최면을 거니 실제로 얼굴이 빨개지기까지 하더라.”

김래원이 박신혜와의 아홉 살 나이 차이를 극복했던 것도 일종의 ‘기운’이었다. 그는 “똑같은 대사 톤, 말투, 시선처리이더라도 20대의 느낌으로 하는 것과 30대 느낌으로 하는 게 다르다. 그건 안에서 나오는 기운인 것 같은데 그 기운을 조절하려고 했다.”


● ‘옥탑방 고양이’의 이경민? 많이 성장한 13년

‘닥터스’의 김래원이 맡은 홍지홍 역할을 보며 2003년 MBC ‘옥탑방 고양이’에서의 이경민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게 벌써 13년이 됐다”는 그는 그동안 달라진 점에 대해서 말했다. 연기적으로 보는 시야가 넓어진 그에게 ‘닥터스’의 성공은 단지 운만은 아니었다.

“과거엔 밑도 끝도 없이 개인기한다고 극중 전반적 상황도 모르고 연기했다. 재미있기 위해서 그렇게 보여 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한다. ‘닥터스’의 홍지홍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과정도 겪고 혜정이 옆에 든든하게 있어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너무 웃겨버리면 이중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에게 역할의 폭을 넓히고 싶은데 이게 위험할 수 있으니 잘 잡아달라고 말할 정도다.”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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