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대표팀 이광환 감독의 마지막 봉사

입력 2016-08-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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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 KBO 육성위원장(오른쪽)은 ‘LG 후원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 기장여자야구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선수단을 이끈다. 왼쪽은 여자야구대표팀에 재능기부로 도움을 준 김용달 KBO 육성위원. 스포츠동아 DB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광환 KBO 육성위원장(68)을 가리켜 “사심 없이 야구를 사랑하는 어른”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나이를 먹어도 야구계에서 좋은 자리만 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위원장은 대가를 구하지 않고, 돋보이지 않는 곳에서 야구를 위해 조용히 일한다”고 허 위원은 말했다.

실제 이 감독은 ‘자율야구’, ‘투수분업’을 KBO에 도입하며 한국시리즈 우승(1994년 LG)까지 경험한 스타감독이지만, 2008년 히어로즈 야구단 사령탑을 끝으로 더 이상 프로야구 감독, 국가대표 감독 같은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 그 대신 KBO 육성위원장,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고문, 서울대 야구부 감독 등을 맡아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뛰었다.

이런 이 감독이 9월3일부터 11일까지 부산시 기장군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리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 기장여자야구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나 영예보다 봉사하는 직위임에도 이 감독의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다.


● 소집 자체도 힘들지만…

여자야구대표팀은 이미 최종 엔트리 20명을 발표했다. 지난 20∼21일에는 일본 여자야구리그 최강팀 아사히 트러스트를 초청해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평가전도 치렀다. 그러나 대표팀의 ‘완전체’ 전력은 요원하다. 이 감독은 “대표선수 전원의 얼굴을 본 것은 딱 하루”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맹 소속 여자선수들은 직장이 있다. 소프트볼 선수들은 정기적으로 훈련을 해 몸은 잘 움직이지만 야구와 룰이 다르다보니 주루 플레이가 안 된다. 견제사가 많다. 팀플레이가 필요한데 훈련 시간이 모자라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감독부터 KBO 육성위원장 일을 하느라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서울대학교와 경기도 구리에 있는 전 LG 2군 연습장에서 훈련을 시켰다. 이 감독은 “갑갑하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과 별개로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기대치는 높기 때문이다. “우리 전력이 참가국 12개 국 중에서 11위 수준이다. 역사도 짧다. 그래도 2라운드(4강)는 올라가야 되는데…”라면서 부담감과 함께 책임감을 나타냈다.


● 마지막 봉사

대표팀은 쿠바, 베네수엘라, 파키스탄과 같은 조다. 파키스탄은 다소 약체로 평가되지만 쿠바, 베네수엘라 중 하나를 잡아야 2라운드에 진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표팀 소집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상대팀 전력분석도 거의 안 된 실정이다. 직장인들이 쉬는 주말경기가 아닌 한, 대표팀의 베스트 전력 가동도 장담할 수 없다. 8월31일 기장에 선수들이 소집하지만 이때 전원이 모일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이 감독은 “야구월드컵이 2년마다 열리는 대회인데 우리는 4년 전부터 개최를 준비했다. 형편이 안 되지만 ‘여자야구를 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성적을 떠나 해보자’고 한 결과”라고 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 봉사”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열악하지만 그 순수한 열정은 진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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