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밴드 FT아일랜드 이홍기가 데뷔 10년 만에 ‘무대’ 위에 오른다. 정확하게 말하면 ‘뮤지컬 무대’에서 신고식을 치른다. 물론 이홍기는 ‘한 여름 밤의 꿈’(2009) ‘뱀파이어’(2014)를 통해 뮤지컬을 경험해봤지만 각각 경희대 개교 60주년 기념작, 일본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날들’은 이홍기의 국내 첫 뮤지컬 데뷔 작인 셈이다.
이홍기가 출연하는 ‘그날들’은 고(故)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좇는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2013년 초연 후 지난해 재연까지 객석 점유율 96%, 관객 25만 명을 돌파했고 초연 당시 모든 뮤지컬 시상식 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홍기는 무영 역을 맡았다. 무영은 1992년 수석 신입 경호원으로 정학(유준상·이건명·민영기·오만석)의 경호원 동기다. 여유와 유머를 지닌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홍기는 오종혁·지창욱·손승원과 함께 무영으로 분해 그녀 역의 김지현·신고은과 호흡을 맞춘다.
30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그날들’ 프레스콜에서 이홍기는 “초짜 이홍기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이홍기는 “뮤지컬이지만 고 김광석 선생님의 노래로 구성돼 있어 가요 느낌으로 소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유정 연출님이 내가 지닌 특유의 기교 대신 새로운 무영을 만들어내길 요구했고 새로운 발성을 쓰고 기교를 뺐다"고 캐릭터 탄생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무엇이든 즐겁게 하려고 하는 편인데 지금 속으로는 굉장히 떨고 있다. 오늘 첫 공연이다”라며 “처음 접하는 낯선 분위기였다”고 설렘을 나타냈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은 이홍기에 대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장 감독은 “자유롭고 여유있는 사람이다. 무영 역과 잘 어울린다”며 “집중력이 좋다. 무엇보다 본인이 하고 싶어한 점이 캐스팅의 주요한 이유였다. 연습할 때 이홍기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못 쓰게 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성실하게 임해줬다. 가수 이홍기가 아닌 배우 이홍기다”라고 연기자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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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레스콜 하이라이트는 이홍기와 신고은의 키스. 흔히 수많은 소녀팬들의 환호를 받는 아이돌 스타에게 있어 무대 위 키스는 예민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홍기와 신고은은 애절한 키스 장면과는 전혀 다른 유쾌한 비화를 전했다.
이홍기는 "뮤지컬 무대 키스 신이 어려웠다. 내 성격 자체가 자유롭지만 유독 스킨십에 있어서는 약한 편이고 여자 앞에서는 숙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 전날 직접 키스 신을 해보자는 연출자의 요구에 키스 신을 찍으려 했는데 신고은에게 거부당했다. 그 이후로는 더 못 다가가겠더라"고 트라우마(?)를 이야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신고은은 "이홍기가 갑자기 키스를 하려 다가와서 많이 놀랐던 것"이라며 "연애를 안 한 지 오래돼서 이 작품을 통해 나만의 사심을 채우려 했다"고 답해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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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뮤지컬 배우 이홍기의 곁에는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 이홍기에 따르면 그는 모든 스태프, 출연진이 편안하게 대해준 덕분에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선배들을 보면서 감정 표현을 배웠다. 또 경호원이라는 극적 설정에 맞는 역동적인 아크로바틱과 무술, 고(故)김광석의 감성있는 노래를 과감하게 편곡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초연, 재연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FT아일랜드 보컬리스트 이홍기가 아닌 뮤지컬 배우 이홍기가 출연하는 뮤지컬 ‘그날들’은 8월25일부터 11월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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