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지태 “명예보다 소중한 가족, 내 연기의 원동력”

입력 2016-08-31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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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지태 “명예보다 소중한 가족, 내 연기의 원동력”

유지태는 반듯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배우다. 중저음 목소리와 다부진 어깨가 그만의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도 그랬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그의 어깨와 목소리를 찬양했다.

인터뷰 내내 느긋하지만 거침없이 답하는 유지태에게 “어깨, 목소리... 스스로도 만족하시죠?”라고 불쑥 물었다. 돌아온 답변 역시 유지태스러웠다.

“살짝? (웃음) 목소리의 경우 꾸준히 관리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달걀도 먹어 봤죠. 지금도 계속 훈련 중이고 발성, 발음 레슨도 받아요. 배우들은 목소리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어깨 역시 운동으로 관리하죠. 하지만 어깨 아닌 연기를 더 봐주셨으면 해요.”

‘굿와이프’ 속 출세에 눈 먼 검사 이태준은 유지태 특유의 외적 분위기는 물론 그가 지닌 소신으로 완성된 캐릭터였다. 시청자를 설득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문제다.

“쓰랑꾼. 이태준을 쓰레기 사랑꾼이라고 불러주셨죠. 하지만 교통사고를 아내에게 떠넘길 때부터 이태준은 그냥 쓰레기였던 거 같아요. (웃음) 연기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태준의 나약한 모습이 이해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연기자는 이유를 찾아야 해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제가 이해해서 명확하게 설득시켜야죠. 배우는 어떤 대본이든 자신의 해석이 있어야하고 그 해석을 논리적으로 만들어야한다고 보거든요. 이태준을 이해하려고 했고, 사람을 죽였다면 아무리 이태준이라도 당황했을 거라고 방향을 잡았어요.”

유지태에게 연기 작업은 나무의 나이테가 만들어지는 시간과 비슷하다. 철저히 준비하고 연기를 하는 그는 나이테 굵은 나무를 만든 다음에서야 유연하게 상대 배우와 호흡할 수 있다. 드라마보다는 영화 출연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지태에게 드라마 출연은 ‘도전’이다.

“저는 진짜 감정을 담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해요. 드라마는 연기적으로 제게 도전일 수밖에 없죠.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나와 있는 상황에선 누구나 집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나리오가 나와 있지 않으면 엄청 불안해요. 심장은 쪼여 오는데 연기를 빨리 체화시켜야하는 게 저에겐 어려운 일이죠. 근데 또 성격상 쪼그라들면 쪼그라든 채로 연기를 해요. (웃음)”


그의 바람은 드라마, 영화 등 구분을 막론하고 활약하는 것이다. 유지태는 연기 행위에 이어 창작의 영역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연출자 자리에서 그만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 그는 “마지막까지도 감독 편에 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품 고를 때 캐릭터, 감독 모든 요소를 확인하지만 감독이 누구냐를 좀 더 보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극과 캐릭터가 풍성해지느냐 피폐해지느냐 차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작업자와 함께 하고 싶고 아무리 능력자라도 주변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과는 작업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연기자, 감독으로 활동하는 유지태지만 그는 ‘굿와이프’ 속 이태준처럼 출세에 눈 먼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가족은 명예보다 소중하다.

“부부싸움, 잘 안 해요. 가족은 소중하니까요. (웃음) 명예와 가족 중 하나를 고르라면 가족에게 기울 거 같네요. 항상 구속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흔히 결혼을 희생이라고 하는데 저는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라고 봐요. 결혼은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혼을 결심한 건 사랑 때문이었잖아요. 그래서 저는 결혼한 후 가정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사랑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유지태는 아내와 아이에게서 원동력을 얻고, 살면서 느끼는 작은 부분들을 연기에 반영하려고 한다. ‘굿와이프’ 이태준을 이채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가족이 있었다.

“가족에게서 받는 영향이 크죠. 유지태라는 그릇이 있다면 그 그릇은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번에는 이태준을 담을 만한 그릇이었죠. 이태준의 야망과 욕망을 이채롭게 표현하고, 그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어졌어요. 가족은 제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그가 욕심을 부린 유일한 영역은 촬영 현장이다. “평생 현장에서 뛰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드라마로 인생의 한 획을 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고 못 박았다.

“제 성격이 미지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연기에 대한 치열함만큼은 그 어떤 사람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다만 명연기가 매 회, 매 장면 나와야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저는 지금 매우 행복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못 쉴 거 같아요. 제 일상이 너무 좋고 그 시간을 값지게 쓸 자신이 있죠. 10년 뒤 제 모습을 말해보라고 해도 저는 (지금처럼)가장이자 연기자이자 감독일 거 같아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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