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 불법스포츠도박? 신고와 예방으로 조기근절!

입력 2016-09-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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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공정문화팀장은 불법스포츠도박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근절할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사행산업의 규모는 지난해 총매출 20조원을 넘어섰다. ‘억’을 넘어 ‘조’ 소리가 나는 액수만큼 그 부류도 다양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허용하고 있는 사행산업 분야는 카지노와 경마, 복권, 소싸움 등 총 7개. 이 가운데 체육진흥투표권도 한 자리를 담당하고 있다.

흔히 ‘스포츠토토’로 불리는 체육진흥투표권은 대중스포츠를 대상으로 경기결과를 예측·투표하여 이를 적중시킨 이에게 환급금을 교부하는 일종의 스포츠복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감독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합법적 산업인 스포츠토토. 그러나 스포츠를 둘러싼 베팅이 모두 합법적인 틀 안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불법스포츠도박의 규모는 이미 합법적 스포츠토토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 같은 불법산업을 매섭게 지켜보는 최경화(54)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공정문화팀장은 “최근 일련의 승부조작 사태는 결국 불법스포츠도박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스포츠도박 예방과 신고 업무를 총괄하는 최 팀장은 8월29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불법시장의 현황과 이를 단속하기 위한 노력을 힘주어 역설했다. 이 자리엔 수사 전문가인 이희갑 전문위원도 배석했다. 20년간 경제 분야는 물론 형사·강력계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 승부조작 사태가 공정팀 출범으로 이어져


-스포츠공정문화팀이란 이름이 조금 생소하다.

최경화(이하 최)=“우리가 중점을 두는 일은 2가지다. 하나는 전국 6500개에 이르는 판매장을 관리·감독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불법스포츠도박을 온·오프라인상에서 차단하는 일이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최=“첫째는 판매장 건전화다. 1인당 규정 상한액(10만원)을 지키는지, 청소년에게 팔지는 않는지 관리한다. 불법스포츠도박과 관련해선 콜센터(1899-1119)를 운영해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또한 불법사이트를 차단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처음 팀이 출범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희갑(이하 이)=“2011년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처음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한 뒤 이듬해 4월 기존 부서에서 불법스포츠도박을 함께 다루게 됐다. 나 역시 2012년 6월부터 팀에 합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먼저 합법적 틀 안에 있는 스포츠토토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최=“지난해 기준으로 스포츠토토 총매출액은 3조4천억원이다. 7개 합법사행산업 분야 중 경마(7조7천억원)와 복권(3조3천억원)에 이어 세 번째 크기의 규모다.”


-경마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다.

최=“이 같은 매출액은 사감위가 분야별로 제한한 수치다. 더 규모를 키우고 싶어도 우리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최경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공정문화팀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불법시장 최대 31조원…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그렇다면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의 규모도 궁금하다.

이=“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어 콕 집어 확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합법시장을 뛰어넘은 지는 오래다. 최소 7조원부터 21조원, 많게는 31조원까지 추정치가 다르다. 일단 사감위에 따르면 총 83조원의 불법사행산업 시장 중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은 21조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언제부터 불법시장이 판을 키웠나.

이=“이 팀에 오기 전부터 이미 불법시장은 수백억원대를 넘어섰다. 2011년엔 500억원에 이르렀고, 이듬해엔 4000억원 규모였다. 물론 이는 경찰과 검찰이 검거한 불법사이트 운영진의 매출액 기준이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숫자라고 보면 된다.”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사태는 모두 불법스포츠도박과 끈을 맺고 있다.

이=“승부조작 진원지는 역시 불법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현재 합법적 스포츠토토는 애초에 승부조작에 이용되기 어렵게 돼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에서 문제가 됐던 ‘1회 볼넷’과 같은 항목은 스포츠토토에 없다.”


-일각에선 스포츠토토의 한도액이나 배당비율이 낮아 이용자들이 불법시장으로 옮겨간다고 보고 있다. 앞선 두 가지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국가에서 스포츠토토를 공단에 맡긴 건 이유가 있어서다.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10만원이라는 1인당 한도액이 적다는 점엔 동의한다. 이 문제가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을 키우는 데 영향을 끼친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한도액을 높이거나 제한을 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중독’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또한 현재 상태로도 작은 규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범죄 신고와 사이트 차단만으로도 효과 기대할 수 있어”


-더 이상의 암시장 확산은 막아야 되지 않겠나.

이=“방지 대책의 큰 틀은 두 부류다. 하나는 예방이고, 하나는 단속이다. 일단 콜센터를 운영해 시민들의 신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경찰 측에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를 넘겨 단속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장에 함께 나가는 경우도 많다.”


-콜센터엔 어떤 종류의 신고가 접수되나.

최=“다양한 신고가 들어온다.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를 발견한 경우 그 주소를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의심 가는 사례도 제보한다. 가끔은 음식점 배달원들이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 운영진의 아지트를 발견해 신고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다른 대책엔 어떤 것이 있나.

최=“안 그래도 최근 문체부와 협의를 통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공유 중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로선 어려운 점이 많다.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수집한 자료를 경찰에 넘기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를 고발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늦으면 조직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만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역시 세우기 어려운 것인가.

이=“갈수록 기업화 되는 범죄조직을 잡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조직은 운영팀, 회원모집팀, 해외회계팀, 국내회계팀 등 이미 기업 형태로 규모를 갖췄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서 회원들을 모집해 사이트를 키운 뒤 해외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 미리 단속에 성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고와 불법사이트 차단만으로도 일정 효과는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최=“물론이다. 미리 싹을 잘라내는 일이 중요하다. 만약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를 신고해서 그 운영진이 사법처리가 확정될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기여도에 따라 차등은 있지만, 신고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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