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서 이젠 산업으로…‘착한 경마’가 뜬다

입력 2016-09-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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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이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렛츠런파크 서울의 새로운 명물이 될 대형 멀티비전 ‘비전127’이 시연하는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 마사회 현명관 회장 새 목표 설정

세계최대 경마 전광판 등 고객맞춤 서비스
중독치유예방 센터 등 사회공헌 활동 역점
11일 개막…韓 대표마들, 세계명마와 빅뱅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이 8월31일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과천 경마장에는 길이 127m의 지구상 경마장에 설치된 멀티비전 가운데 최대라는 대형 전광판이 놀라운 화질과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면서 취재진을 맞았다. 현 회장은 취재진을 위한 브리핑에서 귀에 쏙 들어오는 현황 분석과 함께 한국마사회의 목표설정을 설명했다.

우선 현황.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동안 마사회가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마사회는 여전히 국민의 머릿속에 사행산업 혹은 도박장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고 봤다. 3년의 노력으로서는 90년 넘게 마사회가 구축해온 과거의 잘못된 업보와 이미지를 벗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국민이 사랑받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하지 못한다”고 한 현 회장은 “마사회가 그동안 국민들의 머리 속에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었으며 “이런 생각이 오래 지속될 경우 사라질 수도 있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이미지 혁신의 방향으로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위치를 선정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엔터테인먼트 공기업으로서 변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부사항으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시설과 고객 맞이 시스템 ▲ 성과연봉제와 내부직원 조직인사의 경쟁원리 도입 ▲세계일류의 중독치유예방 센터 등 국민들이 잘했다고 인정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 한국마사회의 2016년도 중요사업 3가지

이런 목표설정을 위해 올해 추진해온 중요 사업은 3가지였다.

첫 번째는 세계최대 4K 초고화질의 경마전광판 비전 127의 론칭. 두 번째는 9월11일 벌어지는 경마올림픽 코리아컵 개막. 세 번째가 세계 유일의 말과 롤플레이가 결합된 말 테마파크 위니월드 오픈이다.

마시회가 경마를 도박에서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판단해 추진하는 코리아컵을 앞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주마를 선정했다. 8월26일 ‘출전마 선정위원회’에서 1800m 장거리레이스 코리아컵과 1200m 단거리레이스 코리아스프린트에 출전할 대표선수로 각각 8마리의 말을 뽑았다. 한국경마 역사상 최고 상금인 17억원을 놓고 벌어지는 국제경주에서 홍콩 일본 싱가포르 아일랜드 프랑스 아랍에미리트의 슈퍼 말들과 대결한 국가대표 선수다.


● 9월11일 코리아컵에 출전하는 한국대표 말들은?

‘코리아컵 코리아 스프린트 선정위원회’를 통해 출전이 확정된 외국의 명마는 ▲홍콩 샤틴 경마장의 장거리왕자 ‘GUN PIT’▲일본 최고의 목장 ‘노던팜’의 ‘CHRYSOLITE’▲지난해 한국의 싱가포르 첫 원정 경주에서 아픔을 안긴 ‘SUPER WINNER’ 등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경주마다.

출전마들의 수준이 높다보니 이들과 대결할 우리 대표 말들의 수준도 높아야 했다. 한국마사회는 국제 레이팅을 비롯해 대상경주 성적, 최근 경주 입상률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해 16마리를 추렸다고 했다.

1200m 코리아스프린트에는 한국 최고기록 보유자 ‘최강실러’ ‘빛의정상’ ‘페르디도포머로이’ ‘감동의바다’ ‘오뚝오뚝이’ ‘슈프림매직’ ‘마천볼트’ ‘갑오명운’이 출전권을 따냈다. 1800m 코리아컵은 ‘파워블레이드’ ‘원더볼트’ ‘다이나믹질주’ ‘미래영웅’ ‘벌마의꿈’ ‘트리플나인’ ‘금포스카이’ ‘다이나믹대시’가 출전의 영예를 안았다.


● 가장 관심을 받는 김영관 조교사

이번 대표선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사람은 김영관 조교사다.

무려 4마리(감동의바다, 오뚝오뚝이, 파워블레이드, 트리플나인)의 대표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파워블레이드는 올해 KRA컵 마일(GⅡ, 1600m), 코리안 더비(GⅠ, 1800m)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 2000m)에서 우승해 한국 최초로 통합 삼관마의 자리에 오른 3세마다. 총 9번 출전해 우승 7차례 준우승 2차례다. 지금껏 벌어들인 상금이 14억원으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 뛰는 말이다. 하지만 김영관 조교사는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홍콩과 일본에서 온 손님들을 접대해야 될 판이다. 해외 출전마들이 대부분 PARTⅠ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경주마들이라 걱정된다”고 했다. 현재 한국의 경마는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이런 대규모 국제대회를 하는 것도 우리 경마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전력차를 좁히고 우리의 경마산업과 문화를 상승시키겠다는 것이다.


● 그래도 경주는 이겨야 한다

한국마사회는 우리 대표선수들에게 메리트로 내걸었다. 만일 외국의 말들을 제치고 입상하면 정해진 상금 이외의 보너스도 줄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관 조교사는 “출전한 이상 우승을 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질 때 지더라도 신나게 달려야 한다”고 포부를 털어놓았다.

서울 최고의 조교사 중 한 명으로 ‘빛의정상’을 대표팀으로 출전시킨 서인석 조교사의 목표도 같다. ‘빛의정상’은 서울 최강 5세 암말이다. 올해 출전한 모든 경주에서 순위상금을 차지했다. 6월 뚝섬배(GⅡ, 1400m) 우승마다. “외국 경주마들의 실력이 상당한 만큼 준비를 잘 하고 있다. 우승후보가 매번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암말이라 2kg 감량받는 부분까지 감안해서 훈련 중이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힘든 무대지만 우리나라 말들이 한 단계 성장할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 대표 경주마들의 위대한 도전은 11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벌어진다.

과천 ㅣ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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