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혼족드라마’ ①] 같은 ‘혼족’인데…힘든 한국인, 즐거운 일본인

입력 2016-09-12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혼밥(혼자 밥 먹기)’ 드라마인 케이블채널 tvN ‘혼술남녀’(위)와 TV도쿄 ‘고독한 미식가’. 주인공의 표정부터 마음가짐, 상황 등 어느 부분이 같고 다를까. 사진출처|tvN·TV도쿄 방송화면 캡처

‘혼술남녀’에서 술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
이어폰 끼고 소리 차단…눈물 흘리기도
日 ‘고독한 미식가’ 등 원초적 욕구 강조
실제 영업중인 가게 찾아 사실성도 높여

‘혼밥’, ‘혼술’, ‘혼영’, ‘혼여’….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 보고, 여행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사회적 변화에 따른 일상문화의 흐름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은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반면 일본인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 자체를 극도로 꺼려해 웬만하면 혼자서 해결하려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다.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도 상당히 많으며, 좌석도 마주보지 않도록 마련돼 있다.

이런 모습을 대중문화 콘텐츠가 놓칠 리 없다. 최근 ‘혼족(나홀로+족(族))’을 소재로 한 케이블채널 tvN ‘혼술남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내친 김에 일본의 TV도쿄 ‘고독한 미식가’와 BS재팬의 ‘와카코와 술’을 샅샅이 비교 분석한다. 드라마판 한·일전이다.


● “힘들다” VS “행복하다”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의 표정이다.

‘혼술남녀’의 하석진과 박하선은 웃기보다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린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단지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당연히 표정이 좋을 리 없다. 학원 강사인 하석진은 술 마시는 동안만큼은 입을 쉬고 싶어 ‘혼술’한다. 그리고 이어폰을 끼고 주위 소리를 차단한다. 박하선은 처절한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잔을 비운다. 하루 일과를 마쳐야만 얻을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조차 진정으로 즐기지 못한다.

반면 ‘고독한 미식가’와 ‘와카코와 술’ 속 등장인물은 마냥 행복하다.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와카코와 술’의 여주인공도 ‘혼술남녀’의 주인공과 퇴근 후 술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털어내지만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특히 술잔을 들고 있는 순간을 혼자 오롯이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은 혼자서 5개의 메뉴도 거뜬히 해치운다. 허겁지겁 그릇을 비워내며 맛을 음미하는 그는 주변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 음식점” VS “방 안”

국내 드라마는 정보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장소를 노골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간접광고의 문제도 여기에 한 몫을 더한다. ‘혼술남녀’에서 하석진이 방문한 술집은 인터넷에서 찾아봐야 위치를 알 수 있다. ‘고독한 미식가’나 ‘와카코와 술’과 달리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중심을 맞추다보니 음식이나 술에 관한 정보가 비교적 적다. 박하선은 주로 방 안에서 맥주를 들이킨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오랫동안 집필해온 명수현 작가의 글을 통해 오로지 ‘혼족’의 재미만을 주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고독한 미식가’와 ‘와카코와 술’은 사전에 음식점 측과 협의해 모든 정보를 소개한다. 현재 영업 중인 음식점에서 실제로 판매하는 메뉴를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실제 주인이 직접 출연하기도 해 사실성을 높인다. 특히 ‘고독한 미식가’의 만화 원작자가 직접 음식점을 방문해 주인공의 ‘먹방’ 연기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도 한다. 25분 분량에 정보는 물론 에피소드도 확실히 전달한다.


콘텐츠 활용은?

맛집과 먹거리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 이처럼 ‘먹방’의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제작진의 할 일이 됐다.

‘고독한 미식가’와 ‘와카코와 술’은 동명의 만화를 드라마로 제작해 새로운 내용이 없음에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만화와 드라마 팬 뿐만 아니라 미식가나 여행 마니아의 시선까지 끌어 들였다.

‘고독한 미식가’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음식점 정보를 담았다. 지역별로 구분해 여행객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또 단행본 형태로도 이를 발간하기도 했다. ‘먹방’으로 국내 알려졌지만 사실은 ‘혼족’ 이야기인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은 재편집이 아닌 새로운 내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6일 2회까지 방송한 ‘혼술남녀’는 이제 시작 단계다. 정보의 경우 ‘혼밥’과 ‘혼술’하는 시청자를 위해 제작진이 선정한 음식점을 홈페이지에 소개하는 정도다. 제작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시청자의 참여를 도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