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의 위대한 여정] 가는 곳마다 우승신화…세계축구계 주름 잡는 ‘미다스의 손’

입력 2016-09-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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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지휘하며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데 이어 잉글랜드로 무대를 옮겨 세계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우승을 달고 다니는 그는 이제 세계축구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맨체스터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지휘하며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데 이어 잉글랜드로 무대를 옮겨 세계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우승을 달고 다니는 그는 이제 세계축구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선수시절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각광
2008년 첫 1군 감독 맡아 ‘타이틀 싹쓸이’
분데스리가 뮌헨서도 3회 연속 리그 제패
올 시즌 맨시티 9전승…EPL서도 마법 쭉


세계축구계는 지금 이 남자로 통한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트로피가 따라붙는 ‘미다스의 손’은 이번에도 새로운 역사를 추가하려고 한다. 펩 과르디올라(45) 감독의 시대가 활짝 열린 듯하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시작으로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거쳐 2016∼2017시즌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동안 그가 몸담았던 클럽들이 화려한 스쿼드를 갖춘, 사실상 ‘완성된’ 팀이란 점에 근거해 과르디올라의 업적을 폄하하려는 시도와 시각도 존재하지만, 이번에 부임한 맨체스터시티는 또 다르다. 우수한 자원들을 보유했음에도 정상에 도전하기에는 2% 부족한 팀으로 통했다. 더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유럽 내에서도 최고의 리그로 꼽히기에 경쟁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가 맨체스터시티행을 결정했을 때부터 전망은 엇갈렸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공존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역시 강했다. EPL 5연승, 플레이오프를 포함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승, 22일(한국시간) 벌어진 잉글랜드 리그컵 32강 스완지시티전 2-1 승리 등 2016∼2017시즌 개막 이후 9전승으로 ‘폭풍의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선수 시절 과르디올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선수 시절 과르디올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리더 10년, 역사를 만들다!

과르디올라의 지도자 경력은 의외로 길지 않다.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2007년 6월 FC바르셀로나 2군이 첫 걸음이었다.



한때 최고의 선수로도 통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에서 팀과 동료들을 깨우는 역할을 맡았다. FC바르셀로나 유스로 성장한 그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누캄프를 누볐다. 1997년에는 주장 완장도 찼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AS로마와 브레시아에서 활약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리그와 맥시코리그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쳤다. 스페인국가대표로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뛰며 1차례 월드컵(1994년 미국)을 경험했고,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에도 출전했다.

2008년 7월은 과르디올라의 인생을 바꾼 시기였다. FC바르셀로나는 오랜 시간을 헌신한 레전드를 버리지 않고 예우했다. 1군 사령탑으로 승격시켜 미래를 맡겼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내일의 기반을 닦아달라는 뜻이 담긴 선택이었다. 과르디올라를 택한 후안 라포르타 FC바르셀로나 회장은 “기다리고, 인내하고, 지켜보라”는 말로 반대파의 우려에 맞섰다.

과르디올라는 당장 성과를 냈다. 2009년 5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함께 국왕컵(코파 델 레이) 정상을 밟았다. 또 역대 최연소 사령탑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고, UEFA 슈퍼컵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까지 평정했다. 한 시즌 국내외 모든 타이틀을 싹쓸이한 최초의 스페인 클럽이 됐다. ‘과르디올라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우승행진은 거듭됐다. 2010년에 이어 2011년 리그 연속 우승과 더불어 또 한 번 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한 2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잇달아 무너진 클럽은 공교롭게도 맨체스터시티의 오랜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경은 “FC바르셀로나는 내가 경험한 최고의 팀이었다. 철저하게 준비되고, 다양하게 마련된 비책은 전부 쓰레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은퇴하면서 자신의 후계자로 과르디올라를 매우 진지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다시 스페인 국왕컵 우승을 일구고 FC바르셀로나를 떠난 젊은 명장의 다음 행선지는 독일 분데스리가였다. 1년의 휴식을 마친 뒤 2013∼2014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분데스리가에서 남긴 족적도 대단하다. 2013년 UEFA 슈퍼컵 및 FIFA 클럽월드컵을 시작으로 3시즌 연속 리그를 평정했다.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과르디올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과르디올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철학과 뚝심, 문화를 만들다!

과르디올라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이다. 뿌리 깊은 스페인 내 지역갈등의 중심에서 온갖 설움을 겪을 때도 그는 소신을 굽힌 적이 없었다. 선수시절이나 지금이나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하는 발언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조용한 듯한데,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경기 전후로 큰 그림을 그려줄 뿐만 아니라, 훈련 도중에도 선수들을 여러 차례 불러들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쾌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과감하다. 과르디올라는 FC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뒤 빠르고 적극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데뷔 시즌을 앞두고 호나우지뉴(브라질) 등 여러 스타들을 신속히 정리해 비난도 샀다. 물론 여기에는 계획이 있었다. 오랫동안 구상했던 ‘볼과 공간을 점유하는 축구’를 효율적으로 구사하는 팀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전열을 재정비해야 했다. 조화와 협력, 팀워크가 우선이었다. 전술적 리더, 정신적 지주는 필요해도 분위기를 흐리는 스타는 버려야 했다.

내부에 먼저 주목했다. 자신처럼 ‘팀 정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유스 출신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그렇게 성공했다. 1990년대 자신을 키운 ‘토털사커’의 창시자 요한 크루이프의 가르침을 계승해 ‘티키타카’라는 패스 위주의 전술을 만들어 현대축구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과르디올라의 오랜 철학은 ‘클럽 이상의 가치’를 표방한 FC바르셀로나의 이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과르디올라는 한결같다. 대화와 미팅을 아주 즐기며 많은 칭찬으로 상대를 편하게 대하되, 어느 누구도 ‘적정선’을 넘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권위와 스타의식에 젖은 이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자칫 팀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패한 전술은 언제든 바꾸고 수정할 수 있지만, 무뎌진 팀워크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10명의 메시는 강하지 않다. 1명의 메시처럼 10명이 뛰어라!”

출중한 실력 못지않게 자존감도 강한 스웨덴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서전을 통해 한때 FC바르셀로나에서 함께 했던 과르디올라에 대해 ‘대화할 때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겁쟁이’ 또는 ‘선수들의 개성을 품지 못하는 속 좁고 비열한 인물’로 묘사했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과르디올라야말로 21세기 세계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연 인물로 평가받아야 할 듯하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생년월일=1971년 1
월 18일(스페인)
▲선수 경력=FC바르셀로나(1990∼2001년), 브레시아(이탈리아·2001∼2002년·2003년), AS로마(이탈리아·2002∼2003년),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2003∼2005년), 도라도스 데 시날로아(멕시코·2006년)
▲지도자 경력=FC바르셀로나 2군 감독(2007∼2008 년)·1군 감독(2008∼2012년), 바이에른 뮌헨 감독(독일·2013∼2016년), 맨체스터시티 감독(잉글랜드·2016년∼)
▲수상 내역=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우수감독상(2009년), IFFHS 세계 최고 클럽 감독(2009·2011년), FIFA 발롱도르 감독상(2011년)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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