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 “라온아.”(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9월19일 방송 중에서)
김춘수의 시 ‘꽃’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왕세자 이영(박보검)이 여인인 내관 홍삼놈(김유정)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된 순간이다. “여인인 너를 뭐라 부르면 좋겠느냐”고 묻고는 “라온아” 다정하게 불러준다. ‘야’ ‘너’라는 표현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사랑(愛)과 정(情)이 느껴지지 않는가. 서울 명동 한 복판에서 여자친구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자. 단 한 명만이 고개를 돌릴 것이다.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 “세상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그런 느낌이야.”(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 9월22일 방송 중에서)
사람들이 때리고, 소리치고, 무시해 “무섭다”는 기분을 20년 넘는 세월에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우리가 하루에도 수 십 번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재벌가 자제라면 가능할까. 분명 세상 무서움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을 테다. 루이(서인국)는 기억을 잃고 한 순간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지만, 몸에 밴 습성은 버리지 못한다. 돈 한 푼 없이 길거리 토스트를 주문해 넙죽 먹는다. 부끄러움도 없나 보다.
엔터테인먼트부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