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토비’ 김현수, 코리안 빅리거와 루키 헤이징

입력 2016-09-27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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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신인 외야수 김현수(28).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Rookie Hazing(루키 헤이징). 신인급 선수를 골린다는 뜻의 이 단어는 메이저리그가 끝을 향해 달리는 시즌 막판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 해 신인선수들은 루키 헤이징의 날이 되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마지막 원정길에 오른다. 팀 선배들은 물론 팬들까지 웃음 짓게 만드는 이 신고식은 코리안 빅리거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올 시즌 첫 타자는 LA 에인절스 최지만(25)이었다. 그는 19일(한국시간) 텍사스 원정길에 오르며 스모선수 분장을 하고 나타나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잔뜩 바람을 넣은 스모선수 풍선에 몸을 우겨넣은 모습에 주위 동료들도 눈을 떼지 못했다.

22일엔 ‘돌부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오승환은 이날 유니폼 대신 일본 게임 ‘슈퍼마리오’의 주인공 루이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 루이지의 상징인 청색 멜빵바지와 녹색 모자를 쓴 것은 물론 콧수염까지 붙여 완벽하게 루이지로 변신했다. 오승환의 루키 헤이징엔 통역 유진 구도 합세했다. 유진 구는 루이지의 형인 마리오로 분장해 오승환과 나란히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볼티모어 신인 외야수 김현수(28)도 빠질 수 없었다. 김현수는 27일 유아프로그램 ‘텔레토비’의 캐릭터 중 하나인 뚜비 의상을 차려입었다. 이날 팀 내 신인급 동료들도 각양각색의 분장에 나섰지만, 가장 눈길을 끈 이는 역시 김현수였다. 얼굴이 반 쯤 가려진 탈 안에서 웃고 있는 김현수의 얼굴은 압권이었다.

기존 코리안 빅리거들도 루키 헤이징의 예외는 될 수 없었다. 류현진(29·LA 다저스)은 2013년에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유령 캐릭터 마시멜로맨으로 변신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강정호(29·피츠버그)는 영화 ‘배트맨’의 악당인 리들러 의상을 준비했지만 부상을 당하며 루키 헤이징의 날에 참여하지 못했다.

웃지 못 할 일화도 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43)는 LA 다저스 데뷔 첫해였던 1996년 첫 승을 거둔 뒤 동료들이 자신의 양복을 가위로 난도질한 신고식 때문에 불같이 화를 냈다. 루키 헤이징을 잘 알지 못했던 데다 가위질을 당한 양복이 하필이면 어머니가 선물한 것이었기 때문에 박찬호는 화를 참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1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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