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후보’ 넥센의 대반전 보여주는 지표들

입력 2016-09-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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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스포츠동아DB

넥센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반전의 팀으로 꼽힌다. 2015시즌이 끝나고 중심타자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 부동의 마무리 손승락(롯데), 필승계투요원 조상우, 한현희(이상 팔꿈치 부상)가 이탈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돌아왔지만 앤디 밴 헤켄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로 이적했었다. 넥센을 꼴찌 후보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이유다. 장기로 따지면 차·포·마·상을 모두 떼고 시즌을 치러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넥센은 27일까지 74승63패1무(승률 0.540)로 굳건히 3위를 지키고 있다. 9월 20경기에서 8승12패로 다소 부진하지만, 8월까지 +15의 승패마진(66승51패1무)을 자랑하며 순항했다. 2015시즌 76홈런(박병호 53개·유한준 23개)을 합작한 중심타자와 필승계투조의 이탈에도 꿋꿋이 버텨냈다. “올 시즌이 재미있을 것 같다”던 넥센 염경엽 감독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13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각종 지표를 비교해보면 ‘넥센이 왜 잘하는가’에 대한 답이 나온다.

넥센 고종욱-서건창-김하성(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홈런 대폭 감소, 도루·3루타 대폭 증가

넥센은 2015시즌 138경기를 치른 시점에 75승62패1무(승률 0.547)를 기록했다. 올 시즌과 견줘 불과 1승이 많다. 주력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196홈런이 올 시즌 129개로 크게 감소했고, 830타점이 736타점으로, 879득점이 784득점으로 각각 줄었지만, 성적에는 큰 차이가 없다.

3루타가 19개에서 39개로 2배 이상 늘었고, 도루 또한 94개에서 149개로 증가했다. 고종욱(28개), 김하성, 서건창(이상 26개), 임병욱(17개), 박정음(16개), 유재신(14개) 등 6명이 두자릿 수 도루를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2루타는 296개에서 246개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큼지막한 장타로 만들어낸 2루타가 많았다면 올해는 빠른 발을 활용했다. 이 점은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강조한 염 감독의 색깔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단타로 그칠 타구가 2루타가 됐고, 우중간을 향하는 타구에 타자들은 3루로 내달렸다. 자연스럽게 득점 확률이 높아졌다.

넥센 신재영-박주현-밴 헤켄-맥그레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선발승 유지, 돋보이는 새 얼굴

염 감독은 “2015시즌까지 우리 팀 선발투수는 10승을 못 하면 안 됐다”고 했다. 강정호(피츠버그)와 박병호, 유한준 등이 포진한 강타선,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의 필승계투조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선발승 감소가 불가피했다.

선발승은 지난해와 같은 47승(42패)이다. 기대 이상의 결과다. 신재영이 14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시즌 중반 합류한 밴 헤켄, 스캇 맥그레거가 6승씩 따냈다. 팀을 떠난 로버트 코엘로가 6승, 라이언 피어밴드(kt)는 5승을 올렸다. 박주현(6승), 최원태(2승), 김정훈, 양훈(이상 1승)도 선발승을 수확했다. 선발 47승은 두산(74승), NC(52승)에 이어 리그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들 중 신재영과 박주현, 최원태는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염 감독이 기회를 주고자 내보냈던 투수들의 활약이 팀 전력에 엄청난 플러스가 됐다. 선발투수 방어율은 지난해 5.02에서 5.30으로 올랐지만, 승수에는 변화가 없다.

넥센 김상수-이보근-김세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더 강력해진 계투진, 볼넷과 실책도 감소

계투진은 오히려 강력해졌다. 지난해 28승23패27세이브41홀드, 방어율 4.85이던 계투진의 성적이 올 시즌에는 27승21패36세이브72홀드, 방어율 4.63이다. 세이브 9개, 홀드 31개가 늘었다.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의 자리에 들어간 김상수~이보근~김세현이 확실한 필승계투조로 자리 잡았다. 마정길, 오재영 등 베테랑들도 점수차에 관계없이 마운드에 올라 힘을 보태고 있다. 염 감독은 여전히 “우리는 새로운 필승계투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조상우와 한현희가 복귀하는 내년에는 더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볼넷(283개→218개)과 실책(108개→89개)이 감소한 것도 한결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비결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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