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가을수확, 한승택과 포수 십년지계

입력 2016-10-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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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한승택. 스포츠동아DB

단 2경기로 끝났지만, KIA의 가을은 행복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을야구 경험, 어느새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감동을 줬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 시작부터 끝까지 안방을 지킨 포수 한승택(22)은 ‘최고의 발견’이었다. KIA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사실상 주전이었던 이홍구(26)를 제외하고, 4년차 신예 한승택이 주전, 베테랑 이성우(35)에게 후반을 맡기는 2인 체제로 포스트시즌에 임했다.

과감한 선택의 배경엔 한승택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한승택은 김응용 감독의 눈에 들어 첫 해부터 1군 경험을 쌓았다. 파격적으로 개막전 선발이 고려되던 한승택은 팀의 2번째 경기부터 8연속 선발출장하며 기대를 받았다. 그해 24경기(13경기 선발)에 나선 뒤, 일찌감치 군입대를 결정했다.

당시 한화는 FA(프리에이전트)로 이용규를 데려오면서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KIA에 넘겼다. KIA는 이미 경찰야구단 입대가 확정됐던 한승택을 FA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당장 쓸 수 없는 선수지만 미래를 내다 본 선택이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수비’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포수였다. KIA에 처음 온 건 지난해 전역 이후. 그러나 곧바로 참가한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상대 투구에 머리를 맞는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빠지고 말았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5월 말 처음 1군에 콜업됐고, 6월 중순까지 10경기(5경기 선발)에 나선 뒤 9월 확대엔트리 때 다시 1군에 올라왔다. 올 시즌 27경기(9경기 선발)서 타율 0.179(28타수 5안타)·5타점을 기록한 그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발탁부터가 파격이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1경기로도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한승택에 대해선 “시즌 마지막에 충분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원체 ‘수비가 좋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아직 보여준 게 많지 않은 선수였다.

그러나 한승택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담대한 모습으로 자신이 ‘KIA 안방의 미래’임을 증명했다. 벤치 사인 없이 스스로 투수에게 사인을 내며 영리한 볼배합의 진가를 보여줬고, 안정된 블로킹과 폭투에 진루하는 상대주자를 잡는 강한 어깨, 그리고 쉽지 않은 뜬공 타구를 잡아내는 수비력까지 포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줬다.

한승택은 “투수들이 원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 헥터와 (양)현종 형처럼 원투펀치가 원하는 포수라면,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당차게 말했다. KIA는 포수 자원이 적은 팀은 아니지만, 확실한 주전은 없었다. 이제 한승택이 KIA 안방의 십년지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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