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인 “내 머릿속엔 온통 격투기 뿐”

입력 2016-11-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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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좋아해 태권도를 시작했다가 종합격투기 선수가 된 김해인. 데뷔전에서 준비한 것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당분간 종합격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을 살아나갈 생각이다. 사진제공 | 정성욱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를 시작했다가 종합격투기 선수가 된 김해인. 데뷔전에서 준비한 것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당분간 종합격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을 살아나갈 생각이다. 사진제공 | 정성욱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 격투기와 사랑에 빠진 여자…로드FC -54kg 김 해 인

어릴적 태권도 배우다 고교시절 관둬
우연히 UFC 보고 종합격투기에 매료
곧장 종합격투기 체육관으로 찾아갔죠
9월 데뷔전…내 실력 반도 못보여줬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선 조용한 아이었지만 체육관에 가고 싶어 때 쓰던 아이. 9월 ROAD FC를 통해 종합격투기(MMA) 데뷔전을 치른 김해인(24·싸비MMA)의 어린 시절 일화다. 김해인은 데뷔 경기였던 ROAD FC 033에서 중국의 린허친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태권도 체육관에도 제가 먼저 간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께선 학원을 가길 원했지만 체육관을 고집했죠. 강해지고 싶었어요. 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시고 어머님께서 가족을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장녀로서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부모님 허락을 받아 태권도를 시작했다. 체육관 수련생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좋아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쉽진 않았다. 이미 선수 생활에 익숙한 선배, 동기 들은 김해인을 훌쩍 뛰어 넘고 있었다.

“체육관은 좋았지만 선수 생활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좋아해서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운동선수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절망도 했죠.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만 뛰어 넘자는 생각으로 훈련했죠. 그러자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씩 앞지를 때마다 희열이 느껴졌어요. 특히 잘하는 선배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는 뛸 듯이 기뻤죠. 요즘 종합격투기 수련도 그렇답니다. 정말 재미있어요.(웃음)”

열심히 했던 태권도는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끝으로 그만둬야 했다. 사정상 그만둔 운동이기에 갈망은 매우 컸다.



결국 김해인은 복싱 체육관을 찾아가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복싱 체육관을 열심히 다니던 어느 날, 코치들이 모여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종합격투기 UFC였다. 그걸 보던 코치 가운데 한 명이 “해인 씨는 발차는 운동도 했으니 종합격투기를 해보는 것은 어때요?”라고 지나가는 말을 던졌다. 그 말이 씨가 되어 김해인은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사실 UFC라는 대회를 알고 있었어요. 근데 큰 관심을 갖지 않았죠. 어느날 코치님께서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UFC를 봤는데요,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복싱장에 가지 않고 계속 UFC를 찾아 봤습니다. 결국 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체육관을 찾았고 지금 이렇게 종합격투기를 하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기를 시작했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래플링도 낯설었고 타격도 기존에 배웠던 태권도, 복싱과도 달랐다. 낮선 종합격투기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싸비MMA의 이재선 감독과 전 밴텀급 챔피언 이길우가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이길우는 김해인을 전담해 지도해줬다.

“이길우 관장님에게 1대1로 배웠어요. 관장님과 거의 운동을 했다고 할 정도였죠. 제가 첫 제자라고 하시더라구요. 영광이었죠. 저를 위해 엄청나게 연구하시고 열심히 가르쳐 주십니다. 제가 MMA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고 저도 그걸 몸에 익히고 싶어 열심히 합니다. 마음속에 고마움은 가득한데 제가 표현을 잘 못해요. 언제나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마침내 9월, 김해인은 종합격투기 프로무대 첫 데뷔전을 가졌다. 상대는 중국의 린허친. 산타 베이스로 하는 선수로 종합격투기 경력이 김해인보다 월등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고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운동했던 것에 반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레슬링에서 많이 밀렸고 타격에서도 마무리 짓지 못했죠.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경기였습니다. 다음에는 격투기 팬들도, 저도 납득할 수 있는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겁니다. 열심히 해야죠.”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자 ‘종합격투기’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생활의 모든 것을 종합격투기에 맞추고 다른 생각은 일체 할 생각도 없다. “종합격투기만 생각하고, 연구할 겁니다. 그냥 빠져 살 거예요. 당분간 제 인생은 종합격투기에 모든 것이 맞춰질 겁니다.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것 같아요. 물론 완급은 조절할 겁니다. 제가 사랑하는 ‘종합격투기’를 더 오래하기 위함이죠.”

정성욱 랭크5 편집장·스포츠동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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