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최강의 전력구성은 불가능한가?

입력 2016-11-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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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근우-두산 이용찬-SK 김광현-KIA 양현종-삼성 차우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도해 개최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참가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야구국제대회 중 최고 권위의 대회다. 한국은 2006년 1회 대회 4강을 시작으로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거두며 ‘야구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세계 최강에 근접했던 한국은 이제 1라운드 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미 2013년 3회 대회 때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맛봤고, 내년 4회 대회 역시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한국은 네덜란드, 대만, 이스라엘과 A조에 배정됐다. 카리브해의 자치령인 퀴라소 선수들이 주축인 네덜란드를 비롯해 조부모의 나라 대표로 나설 수 있는 대회 특성상 이스라엘도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나설 확률이 높다.

1·2회 대회에서 성과를 냈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일단 1라운드 통과가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지 못한 채 첫 판부터 복병 네덜란드에 발목을 잡힌 지난 대회의 악몽이 떠오른다.

지난주 발표된 최종 엔트리는 ‘최정예 전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 도약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은 승부조작 등 최근 KBO리그를 둘러싼 좋지 않은 여론에 발목을 잡혔다.

또한 엔트리 발표 이후 이용찬(두산)과 정근우(한화)가 수술로 인해 대회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해외진출을 선언한 FA(프리에이전트)들의 불참 가능성도 남아있다. 대표팀의 좌완 에이스 3총사인 김광현(SK) 양현종(KIA) 차우찬(삼성)은 해외리그로 이적한다면, ‘적응’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이미 2013년 3회 대회 때 추신수와 류현진이 각각 신시내티 이적과 LA 다저스 입단을 이유로 불참한 전례가 있다. 당시 부상과 재활, 수술 등을 이유로 빠져나간 선수들까지 총 7차례나 엔트리가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선수들 입장에선 WBC가 매력적이지 않은 대회다. FA 자격일수 산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혜택을 보는 선수들은 극소수다. 병역특례도 없는데다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경우 대다수가 군 문제를 해결한 뒤다. 시즌 개막을 앞둔 3월에 대회가 열리는 탓에 선수들은 시즌을 망칠까 걱정부터 앞선다.

1·2회 대회의 영광은 멀어진 지 오래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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