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SNL8’ 성추행 논란, 너 때문에 흥이 깨졌으니 책임져

입력 2016-11-28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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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SNL 코리아8’이 경솔한 영상 공개와 무성의한 사과로 제대로 미운 털이 박혔다.

‘SNL 코리아8’ 측은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지난주 호스트였던 B1A4의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SNL8’의 여성 크루 이세영이 B1A4에 열광하며 달려든 가운데 멤버들이 주요 부위를 손으로 가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 같은 영상이 공개되자 팬들은 즉각 ‘SNL 코리아8’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SNL 코리아8’ 측은 영상을 삭제하고 “과격한 행동에 사과한다. 호스트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들의 부적절한 행동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SNL 코리아8’는 ‘뭘 좀 아는 어른들의 라이브 TV쇼’를 자칭하며 수많은 아이돌과 여배우 등을 활용해 이른바 ‘섹드립’을 펼쳐왔다.


특히 걸그룹 멤버와 여배우들은 ‘SNL’의 수위 높은 성적 표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들은 때로는 유세윤을 유혹하는 여성(베리굿 조현), 신동엽을 의도치 않게 흥분 시키는 여인(현아, 전효성)이 되어 ‘SNL’의 시청률을 견인해왔다. 오죽하면 최근 호스트로 출연한 트와이스 팬들이 “이상한 걸 시키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농담 반 진담 반 우려를 보냈을 정도.

그럼 남자 호스트들은 어땠을까. 이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SNL’에서 활용되어 왔다. ‘3분 시리즈’를 통해 이들은 여성 크루들의 가상 남자친구가 되어 시청자들을 대리만족 시켰다.

이처럼 정치 및 사회 풍자를 포기한 ‘SNL’은 최근 화제성 높은 연예인들을 호스트로 불러 성적인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내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클립 영상으로만 쓸 법한 ‘더빙 극장’ 류의 영상 콘텐츠로만 채우고 있다.

성공한 코미디는 언제나 그렇듯 웃음과 더불어 대중의 공감을 얻을 때에만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SNL’은 위켄드 업데이트, 여의도 텔레토비, GTA 시리즈 등 그 시기에 딱 걸맞는 형식과 화법으로 시즌 8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청자 곁을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의 ‘SNL’에서 예전의 재기발랄함은 찾아볼 수 없다. 속된 말로 ‘게스트빨’에 의존하는, 실망스러운 모습만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불온한 분위기였기에 ‘SNL’은 일부 크루들의 ‘과격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담은 영상을 아무렇지 않게 인터넷에 올릴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무성의한 사과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랄한 풍자로 성장한 코미디가 풍자를 포기하면 결국 이들이 선택할 것은 가학과 성적인 콩트 뿐이다. 딱 지금의 ‘SNL’이 그렇다. 이제 ‘SNL’은 이번 사태로 시청자들의 흥을 깨버린 것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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