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마을②] 쌓으면 무너지던 둑…도깨비 여우가 하룻밤에 완성했네

입력 2016-11-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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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을이 과거 바다를 끼고 있었다는 흔적은 잉어섬(왼쪽)과 도깨비 방죽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도야마을 ‘도깨비 방죽’ 설화

“지나간 길 따라 방죽이 생겼다고”

믿기 힘든 이야기로 시작된 설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을 심어준다. 고흥군 과역면 도천리 도야마을에서 내려오는 도깨비 방죽 설화도 그렇다.

지금은 평지와 다르지 않지만 도야마을 일대는 과거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이었다. 뚜렷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마을 사람들도 그저 ‘간척한 땅’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마을에는 바다의 흔적이 남은 물길이 흐른다. 그 물길 양 옆을 막아 놓은 둑을 주민들은 ‘도깨비 방죽’이라고 부른다. 하룻밤 사이 도깨비가 쌓아 완성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도야마을에 사는 김송영(77)씨는 11살 무렵 동네 어른들로부터 전해들은 설화를 6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200년 전인지, 500년 전인지 몰라도 옛날엔 이 동네가 바다였다지. 물길을 막으려고 둑을 쌓으면 무너지고, 쌓으면 또 무너지고. 어느 날 밤에 여우 한 마리가 그 물길을 따라 훅 지나가니까, 그 길에 방죽이 생겼다더라고.”

도깨비 방죽 바로 옆에는 잉어섬으로 불리는 낮은 동산이 있다. 김송영씨에 따르면 “과거 바닷물이 들어올 때 잉어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잉어섬으로 부른” 곳이다. 김씨는 “그 옛날 들었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잉어섬과 도깨비 방죽 설화는 잊혀지질 않는다”며 “다들 ‘설화’라고 하지만 ‘실화’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고흥(전남) |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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